인도네시아의 외채 지불중단 사태는 가뜩이나 불타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에
기름을 끼얹는 중대한 사태다.

인도네시아에 거액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이는 엔약세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엔약세는 다시 위안화 절하등으로 연쇄폭발 과정을 거친 다음 세계 개도국
증시와 금융시장을 함몰시켜갈 최악의 상황도 우려되는 국면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주들어 전세계 증권시장이 대폭락을 거듭하고 있어
업친데 덮친 격이다.

인도네시아에 45억달러의 외채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충격이
예상된다.

이날 인도네시아의 모라토리엄이 알려지면서 유럽 주가가 일제히
대폭락으로 치닫는등 국제금융시장에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지불중단 경과=이날 인도네시아 정부는 스위스은행들과 국가채무
연장협상을 진행하던 중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지불중단를 선언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프랑크푸르트에서 파리클럽과 정부채무 연장 문제를
협의해왔으나 양측간 이견이 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니정부가 원금상환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들고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일부 분석가들은 인니 정부가 정부외채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가기위해 국제금융시장을 볼모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분석가들은 인도네시아가 아직 1백40억 달러 내외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어 이날 돌아온 스위스은행들에 대한 원금상환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며 인니정부의 선택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날 인도네시아의 지불중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미 폭락세를 보이고 있던 유럽증시에선 하락폭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등 1차 충격을 받는 모습이었다.

특히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러시아는 주가가
13%나 폭락하는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빅토르 크리스티엔코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즉각 "우리는 모라토리엄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발표하는등 진화에 나서는 긴박한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 국가들도 채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분이나마 돈을 받지 못할 경우 설상가상이
되기 대문이다.

이로인해 인도네시아의 신용도가 떨어질 경우 다른 나라들도 간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일본의 타격과 그로인한 연쇄적인 엔화폭락이 우려된다.

인도네시아 외채는 지난 연말 현재 모두 1천3백4억달러다.

이중 정부채무가 634억달러이며 나머지는 민간 채무다.

민간 채무중 일부는 이미 지난 6월4일 만기를 1-3년 연장하고 이자를
추가로 지불하는 조건으로 매듭이 지어졌다.

그러나 정부 채무를 둘러싸고 국제채권단들과 밀고당기는 협상을
거듭해오던 중이었다.

일본은 인도네시아에 2백32억달러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

가장 채권이 많은 나라다.

이와별도로 2백억달러 이상의 직접투자가 있고 무역액까지 합치면
총거래액은 7백억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네시아가 지불중단을 선언한 이상 일본금융기관들의 부실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이는 엔화에 또하나의 타격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일본은 아시아 지역국들에 모두 2천6백50억달러가 넘는 채권액을 보유하고
있어 일본의 해외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가 불가피하고 이는 신용평가
등 국제신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