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통업계의 거인 월마트와 국내할인점업계를 선도해온 E마트간의 가격
대전쟁의 막이 올랐다.

지난달 10일 한국상륙을 선언한 월마트가 꼭 한달만에 초저가공세를 앞세워
국내시장장악의 첫 신호탄을 쏘아올리자 E마트가 월마트보다 가격을 더인하,
유통업계가 가격전쟁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됐다.

월마트는 한국마크로 상호로 운영중인 분당, 일산, 인천, 대전 등 4개점포
에서 12~25일까지 40여만 회원을 대상으로 TV 등 12개품목을 파격가로 판매
하는 세일에 들어간다.

월마트는 이번 세일에서 대우 29인치TV "DTQ-2965FWS"를 39만8천원에 판매
한다.

이 TV는 E마트 창동점에서 11일까지 47만5천원에, 대우전자 대리점에서
79만8천원의 권장소비자가에 판매됐던제품이다.

또 펩시콜라 1.5리터 2병을 1천4백90원에 판다.

이는 다른 대형할인점보다 약 3백원 싼 수준이다.

이외에도 계란 등 10개품목을 일반 할인점보다 10~30% 싸게 판매한다.

월마트의 초저가공세가 알려진 직후 E마트는 이에맞서 11일 오후 전격적으로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12일부터 대우TV를 월마트보다 3천원 싼 39만5천원, 펩시콜라 1.5리터 1병을
15원싼 7백3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E마트측은 더구나 이번 가격조정이 일시적인 인하가 아니라 상시저가판매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 월마트보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 팔겠다는 가격정책을
분명히 했다.

월마트와 E마트간의 자존심을 건 가격인하경쟁은 곧바로 다른 유통업체들에
도 엄청난 가격인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E마트와 동일상권에서 경쟁을 벌여온 킴스클럽은 물론 슈퍼마켓, 백화점 등
타유통업체들도 가격인하의 태풍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이들업체의 경쟁으로 가만히 앉아서도 가격인하에 따른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 배경 =월마트가 국내업체들이 엄두도 낼 수 없는 초저가공세를 펼치는
것은 한국시장상륙과 동시에 최대의 강점인 저가격을 앞세워 단숨에 영향권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마다 고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
는 세일을 실시해왔다.

상시저가판매전략(Everyday Low Price)을 소비자들에게 선명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방법이다.

업계에서는 월마트의 이같은 전략을 "미치광이세일(Crazy Sale)"로 부르며
경계하고 있다.

월마트의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이번 미치광이세일은 한국에서 가장 싼
할인점이 될 때까지 가격을 계속 인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시장내에서 기존 선발할인점들의 영업기반을 무너뜨리고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기 전까지는 줄기차게 가격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 파장 =국내업체들은 월마트의 세일을 접하고 벌어진 입을 닫지 못하고
있다.

이익과 직결되는 가격을 후려치면서 고객확보에 나선 월마트에 대응하려면
가격인하가 유일한 무기이지만 좀처럼 가격경쟁으로 맞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할인점들은 백화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3%안팎의 순이익을 바라
보며 박리다매를 고수해온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싸움을 벌이게 된 업체는 단연 E마트다.

E마트는 인근상권에서 어떤 상품이라도 싸게파는 경우가 있으면 차액을
2배로 보상해주는 "최저가격보상제"를 실시중이다.

E마트 관계자는 그러나 국내 최초의 할인점사업으로 5년간 축적한 노하우와
상품조달력을 앞세워 숨은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 제조업체 반응 =국내 제조업체들은 월마트가 한국시장에 상륙한후 내심
고민에 빠져있다.

월마트의 인하요구폭이 터무니없게도 다른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가격보다
10% 이상 낮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이달초 가전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공급가를 E마트보다 10%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시중판매가 보다 20% 이상 싼 가격이다.

또 주요 식품 및 의류업체에게도 이런 뜻을 전했다.

국내업체들은 그러나 기존 거래선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이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처지다.

또 월마트가 납품가인하의 댓가로 대금결제 기일을 다른 유통업체보다
15~30일 정도 단축시켜 준다는 "당근"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도 납품가를
낮추는데 별도움이 되지않고 있다.

그렇다고 월마트의 바잉파워를 감안할 때 이를 거절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가전 등 공산품의 경우 월마트의 가격인하 요청을 거부할 경우 다른나라
월마트에 납품을 할 수 없는 불이익이 뒤따른다.

< 김상철 기자 cheol@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