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리티시피트롤리엄(BP)과 미국 아모코의 합병으로 석유업계에
"공룡"이 탄생하게 됐다.

합병회사인 BP아모코의 자산규모는 1천1백만달러.

로얄더취셀과 엑슨에 이은 세계 3번째 규모다.

하루 석유생산량은 3백억배럴에 달한다.

BP가 아모코의 지분을 인수하는 데 드는 비용만 4백80억달러.

지금까지 성사된 M&A(기업인수합병)중에서 5번째로 큰 거래다.

두 회사의 합병이 주목받는 것은 단지 "빅딜"이어서가 아니다.

BP아모코가 노리는 점은 두가지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하락으로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자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유럽의 단일통화 출범에 따라 예상되는 시장구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덩치를 불려 극심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은 뒤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세를 불리겠다는 뜻이다.

사실 몇년사이 석유업계의 경쟁은 정도를 넘어섰다는 평이 나올정도로
치열해졌다.

원인은 끝없이 내려가는 유가의 하향곡선.

12일 런던시장의 브랜트유만 봐도 배럴당 12달러 밑으로 떨어져
사상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회사들이 피나는 원가절감노력을 하고 있지만 유가하락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따라서 두회사가 합병키로 한 것은 이같은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승부수로 볼 수 있다.

BP와 아모코는 합병합의를 발표하면서 "중복사업부문을 폐지해 연간
20억달러정도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주 혼스비앤드컴퍼니의 분석가인 니잠 샤리프는 "유가상승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두 회사의 합병은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두 회사는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스부분은 아모코가, 석유분야에서는 BP가 더 강하다.

따라서 "합병이 가져올 시너지효과는 만점에 가깝다"(니잠 샤리프)는
분석이다.

BP아모코가 염두에 두고 있는 또 다른 포석은 미국과 유럽대륙을 잇는
"대서양 가교"의 구축.

유럽단일통화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급격히 변하는 시장구도에
대응하자는 것.

올들어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과 미국 AT&T, 독일 다임러벤츠와 미국
클라이슬러가 손잡으면서 이같은 흐름은 대세가 되고 있다.

미국 최대의 가스생산업체이면서도 포화상태의 미국시장에 갇혀있던
아모코나, 로얄더취셀과 엑슨 등과는 격이 다른 "마이너 리그"업체쯤으로
평가받던 BP 모두 대서양 가교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