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이 은행합병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사안으로 부상했다.

합병을 선언한 상업 한일은행이 실무작업 첫단계부터 인원조정문제를 놓고
서로 딴 생각을 하고 있다.

합병협상중인 하나 보람은행은 감원을 둘러싸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상업+한일은행

상업은행은 올해중 9백여명 99년 1천4백여명 2천년 5백명씩 인원을 줄일
계획이었다.

한일은행은 올해중 1천5백여명 내년중 5백~6백여명을 감원할 방침이었다.

이는 홀로서기를 전제로 작성한 인원감축계획이다.

그러나 두 은행이 합병을 하게 됨으로써 구도가 크게 달라졌다.

정부는 합병은행이 강력한 자구를 단행해야만 7조원가량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인원감축 규모를 더 확대해야한다는 얘기도 정부일각에서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노조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김종완 상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독자생존때보다 더 많이 줄여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축소 기한을 더 늘려야하며 작년말대비 35%로 돼있는 감축비율도
신축적으로 조정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전석홍 한일은행 노조위원장도 "자율적이고 점진적으로 인원을 감축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두 은행 경영진과 노조는 감원방법을 놓고도 의견차이를 보인다.

노조는 사안의 성격상 통상임금 12개월치에 해당하는 명퇴금을 원하고
있지만 경영진은 6개월치도 버겁다고 손을 젓는다.

<>하나+보람은행

두 은행의 합병협상에서 최대쟁점은 남자종합직 감원규모다.

종합직은 7월1일 현재 하나가 9백11명, 보람이 1천67명으로 보람이 하나에
비해 1백56명이 많다.

하나는 보람이 먼저 자기은행보다 40명 적은 상태로 줄인뒤 두 은행이 각각
50명을 감원하자는 입장이다.

이렇게하면 종합직 직원수는 하나가 50명 줄어든 8백61명, 보람이 2백46명
감소한 8백21명이 된다.

하나가 1명 줄일때 보람은 5명을 줄이는 꼴이다.

하나는 이마저 대폭 양보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하나 관계자는 "1인당 생산성 등을 기준으로 하면 보람이 더 감원해야한다"
며 "합병을 성사시키기위해 계속 양보를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보람은 이에대해 직원수가 같도록 줄이자는 입장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감원규모에선 자신들이 1백56명이 많아 하나가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전체인원을 따지면 보람이 1천7백89명, 하나가 1천8백83명으로 하나가
94명 더 많아 보람의 인력관리가 더 철저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보람 관계자는 "생산성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경영진이 책임을 질 문제"
라며 "경영진구성에서 4대 6정도로 양보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합병성공의 조건

삼성경제연구소는 12일 "은행합병의 성공조건"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외국
우량은행의 경우 합병후 20%수준의 인원 및 점포를 축소했다며 국내은행에선
더 큰폭의 감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감원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는 추후 정리인원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거나(행원리콜제) 금융자회사를 설립해 일정기간 일감과 손실보전을
약속하는 방법 등이 제시되고 있다.

또 합병으로 영업력이 강화되면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되는만큼 우량은행간 합병에선 감원대신 일정기간 임금삭감 등을 통해
비슷한 효과를 거두면 된다는 견해도 있다.

< 허귀식 기자 window@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