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대외채무 지불을 중단했지만 그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부분적으로 예상돼 왔던 일인데다 9월에 열리는 파리클럽(채권단
모임)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격책을 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2일 동남아시장에서도 엔화동향 등이 주요 관심사였고
인도네시아의 조치에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채 원금에 대해서는 상환을 유예 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7월 프랑크푸르트 채권단 회의에서 긴급 제기한 이래 지금까지
채권국들과 개별 동의절차를 밟아왔다.

그러나 상당수 채권국들이 이의를 달면서 좀체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고
이런 와중에 이날 일방적으로 지불중단이 강행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조치를 "채권단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강력한 의사표현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7월말 국제통화기금(IMF)및 주요채권국들과 가진
사전 협상에서 내년(99년)3월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공공채무를 상환하는데
모두 62억달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개략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제시했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부족자금중 약 50억달러는 IMF와 세계은행이
신규자금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12억달러는 리스케듈링(채무 상환일정 조정)을
한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 리스케듈링 협상을 앞두고 11일 지불중단 조치를 취한 것이다.

또 12일에는 지불이 중단된 국가채무를 최장 30년에 걸쳐 연장해달라는
요구사항을 밝히는 등 협상을 위한 사전포석을 두어가고 잇다.

이날 조치에 대해 APDJ 로이터등 외신들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S&P의
신용등급은 현재 트리플C(CCC+)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인도네시아가
이미 사실상 디폴트(부도)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이번 조치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급중단을 선언하는
것 자체가 별다른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채권단들도 인도네시아가 이런 요청을 해 올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금융시장이나 기업들도 이로인한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물론 인도네시아의 신용도가 다시 떨어질 우려가 있고 이로인해
외환위기국들이 국제시장에서 발행한 정부채권등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