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백화점보다는 할인점이다"

국내 유통시장의 무게중심이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백화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통업계 관계자들조차 "백화점의 전성기는
끝났다.

유통시장 하면 백화점이 아니라 할인점이 먼저 떠오르는 시대가
열렸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IMF라는 돌발사태가 불을 댕기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진즉에 예견했던
현상이다.

올들어 부쩍 두드러지고 있는 유통업체들의 할인점 진출 경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세에 서둘러 편승하겠다는 모습들이다.

막연하게 세워 놓았던 장기 시장진출 계획을 속속 구체화시키고 있다.

새로 계획을 수립하는 업체도 있다.

투자의 물꼬를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돌리는 전략적 변화도 눈에 띈다.

끊임없이 시장 점유경쟁을 벌여온 유통업체들간의 격전이 할인점 시장에서
뜨겁게 달아오를 조짐이다.

할인점 시장 쟁탈전에 참전하고 있는 업체는 신세계(E마트) 롯데(마그넷)
뉴코아(킴스클럽) 삼성물산(홈플러스) 농협유통(하나로클럽) LG상사(LG마트)
한화유통(한화마트)등 10여개.

이중 신세계 롯데 삼성물산 농협유통등 4강이 일대 격전을 치르기 위해
전력을 다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 4강 업체는 상권 선점에 1차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유통업 특성상 상권 선점이 사실상 승부를 가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신규 부지확보및 기존 매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요 상권에 대해서는 입도선매식 출점계획까지 선언하고 있다.

서로 출혈경쟁을 피하려는 심리를 노린 포석이다.

이미 전국 주요도시에 12개의 E마트를 구축,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
신세계는 할인점 운영의 "노하우"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다 구매및 재고관리등 상품전략 전반을 커버하는 전산시스템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5월 프라이스클럽 매각으로 챙긴 1억달러가 자금숨통을 트여준
것도 커다란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에 월마트가 있다면 한국에는 E마트가 있다"고 자부할 정도로
할인점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황경규(54) E마트본부장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등 선진국에는 자국
제조업체를 지켜주는 대형 할인점이 있었다"며 "한국에서는 E마트가
그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마그넷1호점(서울 강변점)을 오픈한 롯데도 최근 들어 할인점
확장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백화점으로 운영돼온 월드점을 마그넷2호점으로 개조한데 이어 최근에는
뉴코아로부터 킴스클럽 서현점을 인수, 마그넷3호점으로 개점키로 했다.

킴스클럽의 추가 인수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방에서도 새로운
부지를 물색중이다.

롯데의 최대무기는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 우위에 있는 자금력이다.

자금력을 앞세워 할인점 시장을 일거에 장악할 태세다.

이정렬(51) 마그넷강변점장은 "4월1일 개점이후 매월 매출신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2002년후에는 마그넷 체인망에서만 1조원이상의
매출을 올리는게 목표"라고 전했다.

삼성물산 유통사업부문도 올들어 할인점 사업에 무게를 싣고 점포
진출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려진 것 이상으로 할인점 사업에 비전을 갖고 투자할 계획"이라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는 삼성 특유의 치밀한 승부수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협유통의 하나로클럽은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는 1차식품으로 파란을
일으킬 태세다.

농수산물 중심의 생식품과 농수축산물 가공식품 부문에서는 타업체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한마디로 1차식품 위주의 특화된 할인점으로 시장의 한축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하나로클럽은 특히 물밀듯이 밀려오는 외국계업체에 맞서 충분한
승산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