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50주년을 맞는 1998년 8월15일, 한국의 현실은 참담하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라는 건국 이후 사상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낙담하기는 이르다.

건국 이후 50년간 숱한 위기를 극복해온 한국민들에게 지금의 위기는
21세기를 맞는 마지막 관문일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 위기를 잘 넘기면 선진국으로 진입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서 좌절한다면 영원히 3류국가로 전락해버릴 수밖에 없다.

21세기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각 부문 개혁의
키워드를 각계 전문가로부터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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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만능주의에서 탈피하자

국가의 신화는 붕괴되고 있다.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관리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다원화된 사회의 에너지는 이미 국가의 영역을 넘어섰고 흐름은 세계적
추세가 됐다.

21세기 선진사회를 이루는 핵심요소인 창조성과 개인주의도 여기서 활짝
만개할 수 있다.

국가는 다원화된 시민사회내에서 보조자역할을 하는 데 만족해야한다.

<> 완승주의를 버리자

우리사회는 민주주의를 결여한 국가주도의 산업화과정에서 흑백논리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게 됐다.

모든 사안에서 아군과 적군이 뚜렷이 구분된다.

또 모든 게임에서 승자가 모든 것을 얻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이
아주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게 됐다.

이같이 경직된 사회.심리적 구조는 다원화 세계화된 사회적 추세와
어울리지 않는다.

일사불란한 유교자본주의의 실패가 이를 반증한다.

승자는 패자를 수용하는 여유를, 패자는 승자를 인정하는 게임의 룰을
정착시켜야 완승주의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할 수 있다.

제로섬게임이 아닌 포지티브섬게임의 논리가 요구되는 시기다.


<> 법의 권위를 세우자 법은 룰이다.

이 룰이 사회를 지배할때 구성원들은 자유롭게 경쟁할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 룰이 특정시기의 정치.경제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거나 아예 바뀌어 버리면서 법이 갖는 권위를 별반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외국 투자가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가장 큰 불만중 하나도 룰을 적용하는
데 있어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결국 법의 권위를 회복하는 것이 예측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며 미래를
향한 사회구성원들의 계획과 실천을 이끌어낼수 있는 길이다.

<> 교육을 시장경제의 원리에 맡겨라

21세기 최대의 자원으로 평가받는 창조성을 살리는 길이 교육개혁에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즉 살아있는 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가가 모든 교육에 관여하고 국가주도로 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는
이같은 창조적 교육에 다가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민간이 교육을 주도해야 한다.

다원화된 사회의 기초는 다원화된 교육이다.

이는 결국 교육에도 시장의 원리가 작용할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정부의 도움없이 민간이 설립 운영할수 있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를 과감히 허용해야 한다.

결국 교육분야에도 경쟁력없는 교육상품은 퇴출당하는 시장경제의 원리가
도입돼야 한다.

<> 정치권의 집단적 특권의식을 퇴출시키자

정치권은 법 위에 군림해 있다.

스스로의 이익에 맞지 않으면 법을 바꿔버리며 또 이를 어기는 것도
정치적 이유로 정당화된다.

그러나 정치권은 사회의 한 구성부문으로 다른 부문과 동등한 위치에서
사회의 중심을 향해 경쟁하는 관계일뿐이다.

현재 우리정치는 수준에 맞지 않게 비대해져 있고 이 구조는 정치인들의
특권의식을 부추기고 있다.

국회의원수를 줄이고 지구당을 폐지해야 한다.

이것이 정경유착의 뿌리를 뽑는 길이다.

<> 이심전심의 사고를 버리자

경제적 국경이 없어졌다는 것은 우리가 국제사회의 미인경연대회에 나가는
것과 같다.

경제적 국경이 있을때는 투명하지 않아도 유연하지 않아도 우리끼리
살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적 국경의 붕괴로 이심전심의 사고로는 살아갈수 없게 됐다.

이는 단순한 명제가 아닌 경쟁력의 근원임을 명심해야 한다.

깨끗하고(투명성) 부드러운(유연성) 자만이 승리할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자본시장의 유연성, 경영시장의 유연성, 사고의
유연성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 부드러움과 탄력이 있을때 비로소 경쟁력이
생긴다.

보릿고개를 넘은 것이 일사불란한 이심전심의 사고였다면 IMF고개를 넘어
선진국으로 진입할수 있는 것은 사회의 투명성과 유연성이다.

<> 공공의 것에 대해 사랑과 존중을 가져야 한다

일제식민지배와 정통성없는 군사정권지배의 유산중 대표적인 것이 "공공의
것"을 주인없는 것으로 인식하거나 무조건 적대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성은 주인없는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다.

공권력에 대한 저항, 공공시설에 대한 홀대등은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공공의 것을 발전의 자산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때다.

<> 문화가 갖는 힘을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삼자

냉전시대에는 군사력, 1990년대에는 경제력이 한 나라의 국력을
표현해왔다.

그러나 21세기에는 문화력이 그 사회의 힘을 표현한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결국 문화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의 원천적 힘으로 작용하는 시대가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한국식이란 표현은 그 정체성을 상실한지 오래다.

문화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다.

한국 경제는 한국식 문화의 토대위에서 발전하지 못했다.

영국은 영국식 자본주의가 있고 미국은 미국식 자본주의가 있으며 일본은
일본식 자본주의가 있다.

그러나 한국식 자본주의 모델을 찾지 못하는 것은 문화적 기초가 결여된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수 있다.

따라서 선진국들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민족성에 기초한 독자적 문화를
일궈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 발전의 토대가 될 민족성을 발굴하고 이를 하나의 문화로 양성하는
것이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탄탄한 토대가 장기적 발전을 보장한다.

무너진 문화의 틀을 복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 전문가가 대접받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자

실리보다 명분이, 각론보다 총론이 우선시되는 사회에서는 전문가가 설
자리가 극히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세계는 이미 한마디의 명언보다 1달러를 중요시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만큼 실리중심의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도 마찬가지다.

전망없는 추상적 어구로 국민들을 현혹하는 정치가보다 주식 외환거래를
통해 1달러라도 벌어들이는 전문가를 중시하는 풍토로 변해야 한다.

전문적인 실무능력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를 양성하고 이들이 존경받고
대접받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 일본보다 작고, 싱가포르보다 민주적인 정부를 만들자

한국 공무원들의 부패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부패는 권력으로부터 온다.

공무원들이 쥐고 있는 수많은 규제의 권리가 이들을 부패하게 만들고 있다.

작은정부는 세계적 추세다.

그러나 최근 국무총리실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규제개혁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 이는 너무나 큰 장벽으로
다가올 것임에 틀림없다.

국내에서 "기업해먹기 어렵다"는 얘기는 이미 식상하게 들어온 상태다.

과감히 공무원들로부터 규제의 권한을 분리시켜야 한다.

그리고 민주적 시장경제라는 메커니즘에 규제를 맡겨야 한다.

물론 작다고 만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작지만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다수의 관심사를 해결할수 있는 민주성을
갖춘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개혁의 출발이라고 볼수 있다.

<> 캠페인시대의 신화를 깨자

"잘살아 보세"의 신화는 끝났다.

캠페인으로 국민들을 움직여 경제를 일으켰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과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창조적 경제활동의 동기를
유발하고 민주적 의식을 수렴할 수 있는 원동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경영의 엔진을 교체해야 한다.

캠페인이 아닌 삶의 질이란 동기부여를 통해 국가전체의 생산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소수정예의 공무원과 전문가 브레인집단이다.

이들을 국가경영시스템의 중심에 세워야한다.

방만하고 거대한 공무원조직을 소수정예의 조직으로 교체하고 전문가
브레인집단으로부터 아이디어와 정책을 수렴하는 국가경영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다.

<> 과세행정을 현대화하자

기업들은 세금을 내는 것보다 뇌물을 바치는 것에 익숙해 있다.

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 부를 재생산하는 토대가 되는 세금이 개인적 치부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에 돌아갈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세금을 다 내면 나만 손해라는 인식에서 나오는 것이며
과세행정이 아직도 전근대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의 또다른 표현이다.

과세행정의 현대화, 공평한 과세는 선진사회의 또하나의 지표인 것이다.

[[ 도움말 주신분 ]]

<>김태동 <청와대정책 기획수석>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
<>김민석 <국민회의 의원>
<>박인상 <한국노총 위원장>
<>전성철 <국제변호사>
<>백승현 <경희대 교수>
<>송자 <명지대 총장>
<>박웅 <연극협회 이사장>
<>복거일 <소설가>
<>박훤구 <노동연구원장>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홍인기 <증권거래소 이사장>
<>김정태 <동원증권 대표이사>
<>공병호 <자유기업센터 소장>
<>이윤호
<>박용만 <두산그룹 기조실장>
<>장병주 <(주)대우 사장>
<>안종원 <(주)쌍용 사장>
<>구자홍
<>남궁석 <삼성SDS 사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