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잘못된 행동이다. 금융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 사람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

14일 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은 7개 투자신탁회사 채권운용부장을 겨냥해
이런 말을 했다.

공식 발언이었다.

"죄목"은 보증보험회사가 보증한 회사채에 대해 중도상환을 요구하겠다는
전날의 채권부장 합의가 금융시장을 교란시켰다는 것이다.

7개 투신사 채권부장은 한국보증보험 대한보증보험 등 양대 보증보험사의
퇴출을 앞두고 전날 투신협회에서 자구책 마련을 위한 모임을 가졌다.

보증보험사가 문을 닫게 될 경우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겠는지
대책을 마련하는 모임이었다.

회사채 중도상환은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을 죽음으로 내몰수 있다.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등 회사채시장도 마비된다.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이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쩔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은 중도상환요구를 하지 말라는 금감위의 긴급 지시로
결국 무위로 끝나게 됐다.

자금시장에 큰 파란을 불러온 이번 사건은 따지고 보면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에서 비롯된 부분이 적지 않다.

지난해말 정부는 2000년말까지 보증보험 보증 회사채의 원리금을 보장한다고
했다가 최근엔 보증보험사가 퇴출된 다음에 부도나는 채권은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정책의 실수는 그대로 넘어가면서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사람들은 "시장
교란자"로 내모는 금감위의 처사는 참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장진모 < 증권부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