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정부수립 50년 경축사"엔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 궁극적 이상태에 대한 키워드가 함축돼 있다.

"민주적 시장경제의 발전"과 "창조적 지식국가 건설"이 그것이다.

민주적 시장경제가 현재의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패러다임
이라면, 창조적 지식국가는 이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21세기 새한국
(Creative Korea)"의 모습이다.

즉 민주적 시장경제를 토대로 창조적 지식국가를 지향한다는 김 대통령의
경제철학이 경축사에 종합적으로 녹아 있는 셈이다.

"민주적 시장경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으로 압축된다.

이중 "민주적"이란 접두어는 김 대통령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과거 권위주의 경제체제하에서도 자유시장경제는 있었지만 그것은 정상적
경쟁여건이 배제된 시장경제였다.

이는 곧 시장의 실패를 가져왔고 사회적 약자에겐 사실상의 불공정
게임이었다는 게 김 대통령의 인식이다.

결국 "민주적 시장경제"란 "공정성"과 "경쟁성"이라는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김 대통령은 구체적인 정책수단으로 <>규제의 과감한 철폐 <>기업 금융
노동 공공부문 등 4대 분야 개혁 <>유망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육성
<>물류부문의 획기적 개선을 통한 농업정책 수술 등을 제시하고 있다.

창조적 지식국가는 지식과 정보,문화산업을 축으로 한 "21세기 새한국"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국정개혁과제는 앞으로 5년간 산업정책의 우선순위가 "문화산업"과
"지식기반산업"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곧 경제의 무게중심이 개인의 창의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경제 사회 전반의 틀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공업기반국가에서
지식기반국가로, 획일주의에서 다원주의로 변화된다.

특히 출판 비디오 음반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에 대한 강조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정보와 첨단기술중심의 지식산업이 새로운 국가 기간산업으로 부상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대통령은 이의 달성을 위한 핵심 도구가 창의적 인재육성에 있음을
강조한다.

획일적 교육체제에서 벗어나고 경직돼 있는 노동시장을 유연화시키는 것은
필수적이다.

경축사에선 김 대통령의 기업관도 엿보인다.

성공적으로 기업을 운영해 흑자를 내고, 세계와의 경쟁에서 승리해 외화를
벌어들인 기업이 진정한 애국기업이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민주적 시장경제"가 닫힌 민족주의의 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같이 굴러가는 열린 세계주의에 토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