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및 아시아자동차의 입찰서류 마감일(21일)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응찰
업체들의 물밑 경쟁이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몽규 현대자동차회장은 8월초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 GM 포드 최고경영자
들과 만나 기아 공동응찰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김우중 대우 회장 역시 GM 본사에 들러 기아 공동인수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삼성자동차도 이용순 부사장을 대표로 하는 협상단을 미국으로 파견, GM
포드와의 접촉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GM과 포드도 한국업체들의 제휴요청을 받고 다각적인 합종연횡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현대의 움직임.

누차에 걸쳐 기아 단독 인수 의사를 분명히 해왔던 현대가 실제론 GM
포드와 깊숙한 협상을 벌여 왔기 때문이다.

지난 7월말 기획본부장 이유일부사장이 혼자 미국으로 향했을 때는 언론들
이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입찰서류마감일이 임박한 시점의 실무협상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출장은 혼자가 아니었다.

정몽규 회장이 지난 2일 비밀리에 디트로이트로 날아가 4일 이 부사장과
함께 GM 포드와 연쇄 접촉을 가진 것이다.

게다가 정 회장은 지난 5월에도 뉴욕에서 포드 고위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회사들과의 협상은 꽤나 오래된 셈이다.

정 회장이 누구를 만났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양사 최고위 경영진들과 만나 기아인수 관련 협상을 벌인 것 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다.

대우에서는 김우중 회장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정몽규 현대자동차회장의 미국 방문 직후다.

김 회장의 표면적인 출장목적은 대우차의 미국시장 론칭을 위한 사전 점검.

그러나 더 큰 목적은 GM과의 협의였을 것이라는게 재계의 관측이다.

김 회장은 잭 스미스 GM 회장과 절친한 사이다.

김 회장은 귀국직후 입찰팀에 철저한 준비를 재삼 강조해 GM과 모종의
합의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삼성도 만만치 않다.

삼성은 오래전부터 디트로이트에 주요 임원을 배치해 GM 포드와의 접촉에
안간힘을 써왔다.

최근에는 전략기획실장인 이용순 부사장이 이곳에 들러 협상을 벌였다.

특히 합작협상까지 가졌던 포드와 공동응찰에 대해 깊숙한 논의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은 유럽 메이커와의 협상도 병행해 진행하고 있다.

GM 포드가 아직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들 세계 1,2위 메이커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기아입찰의
향방이 크게 달라진다.

GM의 한 관계자는 "단독으로 낙찰을 받는다해도 추가 협상을 통한 공동인수
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입찰 준비기간이 짧은만큼 오히려 낙찰 이후의
합종연횡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