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에 5백49개 상장기업이 기록한 매출액은 모두 2백59조7천억원
이다.

외형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4.7%나 증가했다.

매출증가율이 평년에 18%, 호황기에 2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황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상반기 2조3천억원의 흑자에서 올 상반기엔 13조7천억원의 적자로
수직낙하했다.

지난 한해 적자규모 6조6천억원보다도 2배나 많은 수준이다.

상장사가 이처럼 사상 최악의 적자에 휩쓸린 것은 무엇보다 IMF 한파가
몰고온 경기침체, 뒤이은 기업의 연쇄부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부도를 내 매각절차가 진행중인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 등
두 회사가 낸 적자규모가 무려 6조8백억원이나 된다.

전체 상장사 적자의 절반에 육박한다.

또 부도기업에 돈을 대 줬다가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한 은행들은 모두
6조6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외환 등 6대 시중은행의 적자만도
5조6천억원에 이른다.

기아그룹과 시중은행의 대규모 적자가 경제회생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부도를 면한 상장사도 높은 금융비용 때문에 허덕여야 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평균 12%에 불과했던 회사채 금리는 올 상반기에 최고
30%까지 치솟는 살인적인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이에따라 매출액대비 금융비용부담률은 지난해 상반기 5.0%에서 7.4%로
50%나 증가했다(LG증권 분석).

상장사가 1천원 어치를 팔아 74원을 이자로 낸 셈이다.

박병택 LG증권 기업분석팀장은 "기업들이 수출을 늘리고 구조조정을 단행
했지만 늘어나는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1천원 어치를 팔았지만 50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원화가치 하락도 기업수지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상반기 달러당 8백원대이던 원화가치는 올 상반기에 1천3백원대로
40% 가까이 떨어졌다.

평가절하에 따른 상반기 외환이익은 8조2천억원이지만 외환손실이
10조2천억원에 달해 2조원의 외환순손실을 봤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기업분석실장은 "수출 드라이브에 나선 일부 기업들
이 매출증가등 짭잘한 재미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기업, 특히
대기업들이 엄청난 외화부채를 안고 있어 외환부문의 손실은 전혀 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5대그룹중 삼성을 제외한 현대 대우 LG가 적자로 전환됐으며 SK의 순이익이
30%이상 줄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그나마 기업들이 사업부문이나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지
않았다면 적자폭은 더욱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거래소는 지난 상반기중 사업부문 해외매각 등으로 잡힌 특별이익이
5조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상그룹의 라이신 사업매각, 삼성중공업의 중장비 사업매각, 대한항공의
항공기 매각 등 굵직굵직한 자산처분이 숨통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증권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전망도 낙관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내수부진이 지속될 전망인데다 <>수출증가율 둔화 <>아시아 외환시장 불안
<>실세금리 재상승 등 갖가지 암초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백 대신경제연구소 기업분석실장은 "금융기관및 기업의 구조조정
노력과 함께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이 합쳐져야 위기극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