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방송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컴퓨터게임에서도 "이야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임 시나리오작가는 만화와 게임에 친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새롭게 주목
받는 분야다.

지난해 개발돼 호평받은 게임 "제3지구의 카인"을 각색하고 최근 나온
"하르모니아 전기"의 시나리오를 쓴 게임작가 김형진(27)씨.

순정만화가 김진씨의 문하생이었던 그는 만화작업을 통해 시나리오공부를
해왔다.

"만화와 게임 모두 독자나 사용자의 마음을 끌어들이는게 가장 중요해요.
게임의 경우 그래픽이 아무리 화려해도 일단 재미가 없다고 평가되면 외면
당하지요"

그는 다섯살때 만화책으로 글을 깨치고 중1땐 직접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
봤을 정도로 마니아다.

요즘도 가끔은 컴퓨터게임에 매달려 며칠씩 밤을 꼬박 새운다.

김씨는 일본게임이 국산게임보다 경쟁력을 갖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분석
한다.

"자본력이죠. 일본 스퀘어사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편당 기획기간만
1년이 넘습니다. 우리나라는 업체들이 영세해 6개월에 한편씩 신작을
내놓아야만 회사가 운영되는 형편입니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뭔가를 새롭게
시도하기보다 기존 게임의 형식과 내용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는 또 대부분 분야별로 전문화가 안돼 있는데다 기획자가 시나리오
프로그래밍 그래픽까지 총괄하기 때문에 "재미"보다 "프로그래밍하기 쉽게"
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은 고등학교에 아마추어 동호회가 생기는 등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시나리오가 게임제작으로 이어질수 있는 통로가
활성화됐으면 합니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