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가 16일 전격적으로 외화표시채권에 대해 90일간의 모라토리엄(국가
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하면서 국내경제 및 상장기업에 대한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러시아사태는 가뜩이나 약세를 보여오던 엔화하락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세계경제위기란 먹구름이 국내 증시를 시커멓게 뒤덮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상장사들은 지난 상반기 최악의 실적부진을 보였다.

증시전문가들은 러시아사태가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당장 외국인들이 대거 국내 증시를 이탈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주가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 =전격적으로 지불유예를 선언했기 때문에
파급영향이 클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 통화위기를 부채질 하는 등 전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될 우려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독일이 러시아의 최대 채권국으로 유럽경제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
라는 점때문이다.

ING베어링증권의 강헌구 이사는 "외국인들이 지난해 외환위기때처럼 무차별
적으로 매도에 나설 정도의 공포심리로 번지지는 않을 것같다"며 "환매물량
이나 스톱로스(손절매)물량이 점차 불어날 가능성은 크다"고 밝혔다.

그나마 일던 매수세도 끊길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만 강이사는 "이런 세계경제위기감으로 유동성자금이 제대로 투자처를
찾기 힘들겠지만 일부 투자자금은 저가매수전략을 구사할 수 도 있다"고
지적했다.

<> 최악의 상반기 실적 =상반기실적악화는 이미 예상돼온 면도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에게 큰 충격파를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IMF관리체제로 접어던 이후 해외변수의 영향이 워낙 큰 탓에 국내 기업의
실적악화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실적호전종목에 대해서는 반기실적발표이전에 이미 매수를
했기 때문에 외국인의 향후 매수세가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임우택 이사는 "문제는 세계경제위기로 한국의
수출시장이 더 위축돼 하반기에도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외국인들
사이에 강하다"고 말했다.

<> 전망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변수들이 안정될 때까지는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보수적인 투자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사태도 중요하지만 이에따라 엔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 더욱 큰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소식이 전해진후
불안한 추이를 나타냈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