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초 새해를 맞아 뭔가 뜻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신라호텔 면세점에서 같이 근무하는 여직원 7명과 머리를 맞댔다.

"봉사활동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모두 흔쾌히 찬성했다.

"한마음사랑회"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 모임은 먼저 성가복지병원에서 주방청소와 환자배식 등을 도왔다.

눈에 띄지 않는 허드렛일이었지만 꼭 필요한 일이었다.

봉사활동이 조금씩 사내에 알려지면서 회원은 20여명으로 불어났다.

마침 백혈병과 싸우던 "성덕바우만군을 살리자"는 캠페인이 우리 호텔에서
열렸다.

한마음사랑회도 적극 참여했다.

자신의 골수를 기증하는 회원도 있었다.

우리는 이 캠페인을 통해 백혈병이 불치의 병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환자의 투병의지가 강하고 간병인들이 정성을 다하면 완치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래서 사랑회는 어린이 백혈병환자를 돕는 일에 온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사랑회는 여기 저기 수소문한 결과, 한양대병원의 백혈병 어린이 부모모임인
"한마음어린이회"를 찾아 냈다.

부모들의 시름도 덜어주며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먼저, 생일을 다시 맞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어린이들을 위해 생일잔치를
열어주기로 했다.

또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등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갖기로 했다.

물론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어린이날 행사만 하더라도 환자가족과 의료진들을 포함해 참가인원만
줄잡아 3백명에 달했다.

행사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신라호텔에서 지원받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IMF이후 이런 지원도 이제는 끊긴 상태다.

한 달에 한번 여는 생일파티지만 회원들의 비번날짜를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용기를 주기위해 봉사활동은 계속돼야
한다며 회원들은 오늘도 사랑을 다하고 있다.

임진수 < 신라호텔 면세점 차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