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사는 부씨는 경승용차를 할부구매해서 가지고 있는데, 96년도
10월에 직장 동료인 김씨가 차를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주었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김씨는 차를 빌려서 나갔다가 새벽에 졸음운전을 하는 바람에 중앙선을
넘었고, 그래서 마주오던 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김씨는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고, 완전히 망가진 부씨의 차는 폐차처리됐는데
사고 수습은 일단 김씨의 가족들이 모두 맡아서 처리했고 버스회사와도 모든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됐습니다.

김씨의 가족들은 부씨에게 차량 등록비용하고 앞으로 남은 차량 할부대금은
물론 이미 낸 돈까지도 부씨에게 갚겠다고 했고, 그래서 부씨는 김씨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서 별도로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 그렇게 약속을
했습니다.

부씨와 김씨 가족들간에 한 약속에 따르면 김씨 가족이 부씨에게 현금으로
백만원을 주고, 남은 차량할부금 사백여만원은 그때 그때 할부금을 김씨가
갚는 것이었는데, 김씨가 퇴원후 취직이 되자 현금 백만원을 약속대로
갚았기 때문에 부씨는 별 걱정하지 않고 이 일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작년 12월경 부씨가 차를 할부구매할 때 보증을 서주었던 친척으로
부터 연락이 왔는데, 차량 할부대금이 계속 연체되서 보증인에게 최고장이
날라왔다는 겁니다.

부씨는 부랴부랴 김씨는 수소문해서 찾았는데, 김씨는 그간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둔 상태였고, 부씨에게 30만원을 주면서 나머지 금액을 먼저 내면
자기가 대신 갚아주겠다고 했습니다.

부씨는 다시한번 이 말을 믿고 할부금을 대신 냈는데, 지난달에 다시
할부금이 5개월 연체되었다고 통지가 왔습니다.

부씨는 김씨를 다시 만나봤지만 별 소득이 없었고, 김씨 가족들은 이제는
자신들도 모르겠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오셨습
니다.

부씨는 남을 도우려다 오히려 자기가 피해를 입은 경우인데, 일단 김씨가
별다른 재산이 없다면 현재로서는 뚜렷한 해결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당초 사고가 났을 때, 김씨 가족들이 자신들이 부씨가 입은
손해를 갚아주겠다고 약속을 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약속이 있었다는
점에 대한 증거만 있다면 김씨의 가족들을 상대로 부씨가 입은 손해를
청구할 수 있겠습니다.

부씨 말로는 당시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계약서가 없더라도
구두로 그런 약속이 있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면 그 구두약속에 의해서
가족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니까, 그당시 가족들이 그런 얘기를
할 때, 현장에 있었던 사람을 증인으로 내세워서 김씨 가족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면 부씨가 대신 갚은 할부대금을 포함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겠습니다.

< 변호사. 한얼종합법률사무소 hanollaw@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