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7일 루블화 표시 외채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 기업들은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당장 수출이 크게 줄게된데다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론 신흥시장인 동구권
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대 삼성 대우 등 대기업들은 이날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다"면서도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기업들은 또 러시아가 달러화 등 다른 화폐에 대해서도 지불유예할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 정보 수집 등 현지동향 파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대러시아 수출이 크게 줄어 하반기 수출에 큰 차질을 빚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대러시아 수출이 이미 10% 정도 감소했으나 이번
모라토리엄으로 20% 이상 줄 것으로 예상했다.

KOTRA 관계자는 "중소 수출업체들을 포함 1억~2억달러의 수출미수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연간 5억달러에 이르는 러시아 보따리 무역상을 통한 수출도 불가능
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자부 관계자는 "상반기 대러시아 수출실적은 7억2천6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정도 줄었다"며 "하반기에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호텔.항공업계와 해운여객사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 업체들은 IMF관리체제 이후 러시아 보따리무역상들이 크게 늘어
짭짤한 재미를 봤었다.

전경련 배이동 상무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이 CIS제국과 동구권으로까지
확산되면 우리의 신흥수출시장인 이 지역 경제에 일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