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루블화 절하와 외채지불 중단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관리들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
하고 국제금융계에서는 루블화절하 불가피설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만큼 러시아 경제가 총체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었다는 얘기다.

최근들어 주가는 연일 폭락세를 지속했고 루블화가치도 "자유낙하" 상태
였다.

여기에 국가신용도 추락까지 겹쳐 불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었다.

러시아 경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시장경제 전환이후부터 가뜩이나
불안한 상황에서 국제 원자재가격 폭락과 아시아 금융위기의 충격을 받은
결과다.

시장경제 전환이후 러시아 경제는 사실상 기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세수부족으로 공무원들에 대한 봉급도 주지 못하는 상태였다.

여기에다 원유등 원자재 수출로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해온 러시아는 원유
가격 하락으로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

가뜩이나 아시아 위기로 원자재 수출은 줄어들기만 했다.

러시아의 재정적자는 올해만 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7%를 넘는 규모다.

정부는 매년 재정적자를 60~1백50%라는 고수익률의 GKO(루블화표시 단기
채권) 발행이나 차관 도입을 통해 충당해 왔다.

은행들도 실물경제에 대한 투자보다 GKO에 너도 나도 몰려 실물경제는
망가지고 정부 부채는 하루가 다르게 급증했다.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로 지출해야 하는 금액만 매주 15억달러에 달해 연간
전체 예산의 34%에 상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상황이 불안해지자 국제 금융자본이 러시아에서도 속속 이탈하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에 있는 대부분 외국 증권사들은 이미 수주전부터 보유증권을 대거
매각하는 등 루블화 표시 자산처분에 열을 올려 국내외 투자가들의 심리적
공황을 자극했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