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투기꾼들의 "동물적 감각"이 역시 국제통화기금(IMF)등의 "책상논리"보다
앞섰다.

러시아의 위기해법을 놓고 "당장이라도 루블화를 절하해야 한다"(조지
소로스)는 주장과 "절하해봐야 아무런 실익이 없다"(미셸 캉드쉬 IMF총재)고
팽팽히 맞서 왔던 논쟁은 결국 소로스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러시아는 결국 전격적인 루블화 평가절하와 부분적인 외채 지불중단을
선택했다.

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소로스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지에 낸 기고를
통해 "루블화 가치를 15~20% 정도 절하한 뒤 유러나 달러에 고정시키는
통화보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로스는 "IMF가 러시아에 요구한 초긴축정책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 지적하고 하루빨리 루블화를 절하하는게 국가부도를 막는 길이라고 경고
했다.

소로스는 통화보드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최소한 5백억달러의 외환보유고가
있어야 한다며 선진국들이 1백50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캉드쉬 IMF총재는 "루블화를 평가절하하면 수입물가가 상승해
인플레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 경우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경제회복이 힘들어진다"며 루블화 평가절하에 반론을
폈다.

또 다른 국제금융 분석기관들에서도 러시아의 외채는 달러화나 마르크화
표시 외채가 많기 때문에 평가절하를 하면 외채상환부담이 커져 경제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했다.

일단 투기꾼들에게 타격을 주면서 외채지불을 중단해 외환보유고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러시아의 조치로 돈 흐름을 따라가는 데는 역시 환투기의 대가인
소로스가 "귀신"임을 다시한번 입증해 주었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