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동안 독방에 갇혔다가 또다시 7년간의 보호감호를 기다리는 대도
조세형.

한번도 사람을 해치지 않고 고관대작의 집만 털었으며 훔친 물건의 4할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준 특별한 도둑.

그의 무료변호를 맡았던 엄상익(44)변호사가 감춰진 성역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엄변호사가 쓴 대도 조세형"(명경)을 펴냈다.

"올 3월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마치 고해성사하듯 자신의 뜻을 밝히더군요.

그의 첫마디는 세상에 못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교도소 내의 열악한
인권말살 실상을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엄씨는 교도관들에게 뭇매를 맞고 죽은 재소자 얘기, 사회적응 훈련보다
격리에 초점을 맞춘 교도행정, 3년동안 수갑을 찬 채 독방에서 자살 유혹에
시달리는 생지옥의 절규를 그에게 들었다.

이 책은 자신의 변론보다 사회정의 실현 차원에서 이같은 진실을 꼭
밝혀달라는 그의 부탁에 대한 뒤늦은 답변인 셈이다.

엄씨는 "권문세가의 금고를 들여다본 죄"로 절도범 사상 유래없는 장기형을
받은 그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우리사회의 그늘진 구석을 담담하게 비춘다.

"그는 인생의 30년을 감옥에서 보낸 사람입니다.

초반 15년은 분명 파괴적인 범죄인이었지만 후반 15년동안은 껍질을 깨고
새로 태어난 선인이었어요.

진실한 신앙인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봐주질 않는군요"

그래서 엄씨는 그를 "성자가 된 도둑"이라고 표현한다.

"법이 사람을 단죄할 때는 인간의 본질을 보고 해야지 허상을 보면
안됩니다.

재판장은 사람을 읽어야 합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