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올상반기에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맥을 못춘데 비해
코스닥 등록법인들의 상반기실적은 상대적으로 좋다는 사실은 작으나마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지난해 상반기에 2천5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가
올상반기에는 처음으로 5백96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1천5백7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7개의 금융기관들과 6백24억원의 적자를 낸 12개 건설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코스닥 등록법인들의 경영실적은 상장사들에 비해 훨씬 낫다고
봐야 한다.

대부분의 코스닥 등록법인들은 기업연혁 매출규모 자기자본 지명도 등
여러가지 면에서 상장사들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로 뒤떨어진 처지인데도
오히려 더 나은 경영실적을 올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같이 의외의
결과가 나온 까닭은 코스닥 등록법인들이 특별히 더 경영을 잘해서라기
보다는 역설적으로 코스닥 등록법인들의 경영여건이 상장사들에 비해 훨씬
더 나빴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즉 상장사들이 차입금에 의지한 지나친 외형성장에만 치중해 일을 많이
벌렸다가 된서리를 맞은데 비해 금융여건상 외형성장 추진에 한계가 있었던
코스닥 등록법인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봤다고 봐야 한다. 이같은
분석은 금융업을 제외한 상장사들의 부채비율이 349.74%고 코스닥
등록기업들도 322.78%로 큰 차이가 없지만 상장사들의 매출증가율이
22.53%인데 비해 코스닥 등록기업들은 9%에 불과했다는 사실로도 뒷받침된다.

중요한 것은 기업규모가 아니라 수익성이라는 교훈은 80개 벤처기업들이
어려운 형편에서도 3백90여억원의 순이익을 냈다는 사실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와 비슷한 1천3백3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서도
살인적인 고금리와 환차손 때문에 순이익은 크게 줄었지만 재무구조만
개선한다면 이익은 금방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코스닥 등록기업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1천5백여억원의
적자를 낸 평화은행과 7백35억원의 순이익을 낸 현대중공업처럼 코스닥에
등록된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등록기업들이
매우 영세한데다 유통되는 주식물량도 적어 코스닥시장이 유명무실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또한 코스닥등록을 상장을 위해 거쳐가야 하는 단계로
생각하기 때문에 코스닥이 미국의 나스닥처럼 독자적으로 발전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기업의 신생 및 성장을 통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코스닥 활성화에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하겠다. 또한 벤처기업들
마저 고금리 때문에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에서 높아진 기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약한 국내 벤처기업들의 경영기반을 엿볼 수 있다.
벤처기업은 성격상 모험자본을 조달해야 하는데도 현실적으로는 차입금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빨리 개선해야 할 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