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전력소비량은 우리 경제의 속사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전력소비 추이를 보면 산업현장의 생산설비가 어느 정도 멈췄섰는지 쉽게
알 수있다.

한전이 1월부터 6월까지 판매한 전력은 모두 9백39억5천9백만kWh.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가 줄어든 수준이다.

97년 한해 동안엔 모두 2천7억8천4백만kWh가 소비돼 최대 소비량으로
기록됐다.

90년대 들어 해마다 10% 이상 늘어온 전력소비가 올 상반기들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력 소비는 계절적인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겨울철 날씨가 따뜻하고 여름철에 시원하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전체 소비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전력소비 감소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게 아니다.

부문별로 전력소비 추이를 따져 보자.

산업부문은 5백34억4천5백만kWh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5.5%나 줄었다.

수송부문도 10.7%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가정 상업 부문만 2.1% 늘어난 3백40억4천5백만kWh를 나타냈다.

올해초 이상난동으로 난방용 수요가 감소해 전력소비가 줄었다는 것은
다소 피상적인 관찰이다.

그랬다면 가정상업 부문이 감소해야 마땅하다.

산업부문이 전체 소비에서 57%(올해 상반기 기준)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현장의 위축이 전력소비의 감소세를 가져온 셈이 된다.

IMF 한파로 인한 경기침체로 전력소비가 줄었다는 얘기다.

산업과 수송부문 등 생산부문의 전력 수요는 줄고 가정 상업 등 소비부문의
전력수요가 늘어 전력의 소비구조가 나빠졌다.

올 상반기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석유와 LNG가 각각 52.2% 40.0%의
감소율을 보였다.

반면 수력(29.0%) 석탄(26.9%) 원자력(19.5%)는 증가세를 나타냈다.

발전단가가 비싼 발전소들은 감소세를 보였고 그렇지 않은 것은 증가세를
보였음을 알 수 있다.

IMF시대는 이렇듯 전력생산에도 경제성을 요구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