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성 <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

최근 몇년 사이 여름철 냉방수요가 늘어나면서 매년 전기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앞서는 현상이 이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력 총소비량은 96년에 비해 10%가 늘었으며 1인당
전력소비는 9%가 증가했다.

물론 올들어 전기소비는 감소세로 돌아서긴 했다.

경기부진으로 산업현장의 전력수요가 줄어든데다 여름철 집중호우까지
겹쳐 냉방용 수요마저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기소비량이 줄어들 때 일수록 전기에너지의 올바른 이용, 즉
전력수요 관리가 중요하다.

수요관리는 바로 자원 이용효율을 최대화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사실 여름철 냉방수요로 최대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하루중 몇시간에 불과한 최대수요에 대비해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는 탓이다.

바꿔 말하자면 최대수요에 맞춘 발전설비는 평상시 유휴시설이 된다.

국가경제 측면에서도 커다란 낭비요인이 되는 셈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전소를 더 지어 전력공급 능력을 확충
하면 된다.

그렇지만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발전소 건설에는 경제적 시간적 한계가
뒤따른다.

입지확보의 어려움, 화석연료 고갈문제, 환경규제 강화 등 갖가지 제약
요인들이 뒤따르기 때문에 전력 공급설비를 제때 확보하기란 점점
어려워진다.

IMF사태 이후의 자금조달난을 감안하면 막대한 투자재원 조달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에너지 이용효율을 끌어 올리지 못해 과다소비가 이어질 경우 환경오염
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다다르게 된다.

화석연료로부터 배출되는 각종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은 대기오염의 주범들
이다.

지구온난화는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고비용.저효율 구조속에서 공급위주의 사고방식과
정책들이 주류를 이뤄 왔다.

이러한 흐름은 에너지부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족한 에너지공급에 중점을 두다보니 효율적인 수요관리가 힘들었다.

아껴 쓰되 효율적으로 쓰는 것, 이것이 바로 수요관리의 핵심이다.

무조건적인 공급보다는 공급된 에너지를 아껴쓰고 효율성을 높이자는
수요관리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새로운 발전소 건립보다 주택의 단열이나 절전제품을 개발하는데 투자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어쩔 수 없이 낭비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

냉장고나 에어컨을 구입할 때 에너지이용효율이 높은 것을 고르면 최대전력
수요를 낮출 수 있다.

수요가 뜸한 시간대의 전력을 이용하는 방안을 적극 개발한다면 그만큼
자원 낭비는 줄어든다.

이제는 전력수급 방안을 포함해 에너지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어야
할 때다.

힘들여 비싸게 만든 자원이 과연 그만큼 값지게 사용되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그래서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 모든 경제주체들이 적극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이제는 에너지자원을 어떻게 공급하느냐 보다는 이용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는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이러한 점에서 수요관리는 건국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우리나라의 제2건국을 위한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