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일부 외채에 이어 국내채무에 대해서도 상환을 연기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오르는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서방 채권금융기관들은 러정부와 채무구조조정 협상에 착수하는등
발빠르게 채권확보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당초 19일로 예고했던 4백억달러의 국채 구조조정 세부방안
발표를 24일로 연기했다.

세르게이 알렉사센코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러시아은행의 상당수가
디폴트(외채상환의무 불이행)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러시아 주가지수(RTS)는 28개월 만의 최저치인
90.19포인트를 기록했으며 루블화 가치도 달러당 6.99루블로 하락했다.

그러나 1백10억달러 이상의 러시아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서방
채권금융기관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러 정부와의 협의과정을 통해 채권금융기관들의 이익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와관련 도이체 방크와 JP모건은 고위 관계자를 모스크바에 급파,
표도로프 부총리 등 러시아측 관계자들과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레그 비유긴 러시아 재무차관은 "국제통화기금(IMF)측 관계자도
이 협상 테이블에 자리를 같이 했다"고 전했다.

서방 금융기관들은 러시아 정부가 독자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경우 러시아 국내 채권자들에 비해 외국 채권자들에게만 손실부담이 집중될
것으로 우려해왔다.

실제로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은행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의 당초 방안은 국내 채권자들과 서방 채권금융기관 간에 상당한
차별을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채권자들에게는 유통시장 가격이 기존 채권 액면가의 31%에 해당하는
신규채권을 교환해주는데 반해 서방 채권자들에게는 11% 상당액의 신규채권
만을 교환해준다는 것이다.

해외자산의 40%를 러시아에 투자해온 CSFB는 "이같은 방안은 러시아의
신용도를 떨어뜨려 러시아 경제에 회복불능의 손상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가 발표 시일을 늦춰가며 국제 금융 기관의 자문을 구하기로
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의 이같은 방침선회에도 불구하고 채권금융기관들은
상당한 손실발생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러시아의 현상황으로 봐서는 이자는 커녕 원금회수도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