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에는 요즘 구경거리가 많다.

메뉴도 다양해 식상함을 느낄 겨를도 없다.

가장 볼 만한 것은 한지붕 네가족 체제에 따른 집안싸움이다.

매킨지의 통합안을 둘러싸고 "밥그릇 다툼"을 하더니 이제는 금융기관
감독업무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증권감독원은 최근 종금사의 교환사채 발행이 외국인한도관리제도를
무력화시킨다며 규제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종금사 감독을 맡고 있는 신용관리기금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이를 아예 무시했다.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규정도 없는데 증감원이 혼자서 설쳐댔다는 것이다.

한집안 식구끼리 손발이 맞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사전에 충분한 의견조율
조차 없었다는 점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또다른 볼거리는 오락가락하는 정책처리의 난맥상이다.

원금보장을 내걸었던 퇴출은행들의 신탁자산 처리 때와는 달리 한남투신
고객에게는 "실적배당"을 고수하고 있다.

늦게나마 원칙을 지켜 보려는 의지는 이해되지만 형평에는 분명히 어긋나는
것이다.

인수은행 소액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당초 인수은행기준은 매수청구권행사가 가능하다고 했다가 P&A(자산부채
인수)방식은 합병이 아니어서 매수청구권행사가 곤란하다고 말을 바꿨다.

금융기관을 지휘하는 금감위의 잣대가 이렇듯 오락가락해서는 감독기능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금감위는 금융기관 수술에 앞서 자신의 난치병부터 치유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박영태 < 증권부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