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간 극한대립으로 치닫던 현대자동차사태가 국민회의 중재단의 막판
설득으로 새국면을 맞고 있다.

노사 모두가 "절대불가" 입장에서 한발씩 양보, 의견차이를 좁히고 있다.

상황이 급반전된 것은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측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공권력투입은 파국을 의미한다는 노조측의 위기의식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회사측도 사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엄청난피해가 불가피하게돼 중재안을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단은 그동안 "정리해고 규모 최소화"에 대한 회사의 탄력적인 입장을
확인한 이후 노조의 설득에 주력해 왔다.

친노동계 인사로 분류되는 노무현 조성준 정세균 의원과 민주노총출신의
이용범 노사정위 대변인 등이 전면에 나서 "마지막 설득"을 한 것도 노조측
을 움직이게 했다.

특히 사회적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따가운 여론도 노조의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
이다.

이에따라 40여일간 끌어온 현대자동차사태의 타결실마리는 빠르면 이번주에,
늦어도 다음주초에는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사태가 공권력투입이 아닌 노사간 타협에 의해 일단 가장 큰
고비는 넘겼다고 할수 있다.

그만큼 이번 사태는 우리경제 전반에 큰 짐이 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무엇보다도 이번파업으로 입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후유증을 앓을수 밖에
없다.

현대자동차는 물론 협력업체들이 입은 손실을 합치면 1조5천억원에 달한다
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40여일간의 노사대립 결과치고는 너무나 큰 대가인 셈이다.

어차피 타협할 바에는 정상조업을 하면서 협상할수는 없었는가 하는 아쉬움
도 남는다.

둘째 현대자동차 사태는 "자본대 노동의 대리전"의 성격을 띠면서 산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대그룹 가운데 첫번째 정리해고 사례라는 점에서 그렀다.

무엇보다도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체질개선을 위한 과감한
인원감축을 시도하기가 어렵게 됐다.

노조가 정리해고에 강력히 반발, "결사항전"에 나서면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대사태에서 배우게 된 것이다.

이것은 곧 IMF체제의 핵심인 기업구조조정이 전반적으로 늦어지게 됨을
뜻한다.

이렇게 될 경우 경제회복에도 적지않은 차질을 가져올게 분명하다.

셋째 대외신인도 추락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기피 현상이 계속될
소지가 있다.

그동안 외국인들은 한국의 대립적 노사관계로 투자를 망설여 왔다.

그들은 그만큼 민간부문 구조조정의 시금석이었던 이번 사태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아 왔다.

그러나 이번 현대자동차사태를 통해 회사마음대로 정리해고 할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을 확인하게 됐다.

당분간 외국투자가들은 대한투자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부는 이번 사태로 불신을 사게 됐다.

비록 사태해결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40여일간 노사대립을 방치한 것은
정부의 위기대처능력 부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현대사태가 일어났을때 불법파업에 대해 엄격한 법집행을
여러차례 경고했으나 실력행사는 하지 않은게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을 외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의 알맹이랄수
있는 인원삭감을 신중히 하라는 이중적인 자세를 취해와 오히려 해당기업들
을 혼란속에 빠뜨렸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을 빨리 끝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양식은 마치 살을 떼어내되 피가 나지 않게
하라는 주문을 하는 것과 같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된다 하더라도 노.사.정 모두에게 큰
상처만을 준 "마이너스-섬(minus-sum) 게임"인 셈이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