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옹 (86)큰스님.

조계종 종정을 지냈으며 조계종 5대총림의 하나인 고불총림의 방장을
24년간 맡고있는 불교계의 원로다.

서옹스님은 고불총림이 86년만에 여는 무차선회(17-22일 전남 장성
백양사)에서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쩌렁쩌렁한 목청으로
선화두를 설파했다.

스님은 첫 법회를 마친뒤 기자들과 만나 선이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무차선회는 무엇입니까.

"무차회란 한자 뜻그대로 아무도 가리거나 막지않고 각종 불법을 베푸는
법회입니다.

신분의 귀천이나 빈부에 관계없이 바른 법을 세우기위한 대화의 장이란
뜻이죠.

이중 선을 주제로 한 무차회가 무차선회입니다.

제가 설법을 하고 국내외학자가 토론을 벌이지만 말 그대로 사부대중
누구나가 참여할 수있습니다"

-이번 무차선회을 열게된데 어떤 배경이 있습니까.

"정신세계를 도외시하고 물신만 숭배한 것이 오늘날 인류 생존의 위기와
IMF체제를 불러왔습니다.

위기에 처한 세계를 구제하는 길은 인간문제를 근원적이며 전체적 입장에서
크게 깨닫게 하는 조사선밖에 없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조사선의 종지를 정확히 밝히고 조사선이 세계 역사창조의
바탕이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조사선의 참뜻은 무엇입니까.

"인간은 의식과 무의식세계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갑니다.

주관이나 선악 생사 등도 모두 의식과 무의식에의해 생겨납니다.

참선은 의식과 무의식을 투과하려는 노력이며 조사선은 역대 조사스님들이
도달한 경지마저 투탈해내는 것입니다.

한없이 의심해 무의식을 투과할 때만이 진정 자유자재한 존재가 됩니다.

이것이 선의 경지이지요"

-우리나라에는 조사선의 전통이 잘 남아있다고 하던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이나 깊이 의심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전쟁을 많이 겪은 탓도 있겠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죽이는 조사선에
익숙합니다.

일본은 외세침탈을 겪은 적이 없어 선의 전통이 잘 보존돼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의심해야하는 선의 뿌리가 박제화돼 결국 형식화됐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큰스님은 스스로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하십니까.

"할(선가에서 말이나 글로 나타낼 수없는 도리를 큰소리로 깨우쳐주는 것).

알아들었소?

(옆에 앉아있던 혜암 조계종원로회의의장이 얘들도 그런질문은 안하겠소
하면서 선답을 내렸다.)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