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전에 우리 손으로 뽑은 감사를 뚜렷한 이유없이 교체하는게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지난 14일 외환은행 감사후보추천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비상임이사의
말이다.

비단 이 사람만이 아니다.

21일까지 주총을 끝낸 조흥 평화 강원 충북은행의 비상임이사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왜 쓸데없이 임원을 교체했느냐고 따지자는게 아니다.

5개은행은 가까스로 퇴출을 모면했다.

경영진들이 책임을 지는건 당연하다.

문제는 금융감독위원회가 그토록 채근했던 "참신한 외부전문가"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흥은행이 2명의 임원(1명은 미국국적의 한국인)을 영입했지만 금감위의
"기준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전원 교체된 감사의 경우 4명이 한국은행 출신으로 메워졌다.

전무를 외부에서 영입하라는 지시를 지키려다 보니 조흥은행과 외환은행은
전무를 공석으로 놔두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다"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마침 은행가엔 감원태풍이 다시 불고 있다.

올 가을에 줄잡아 1만여명이 은행을 떠나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만한 사람들이 졸지에 직장을 잃을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다.

그렇지만 5개은행이 보여준 임원선임은 금융산업 선진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다.

자칫 금융산업 선진화가 "기존은행원의 집단퇴출"로 변질될지 우려되는
순간이다.

하영춘 < 경제부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