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처럼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도 흔치 않다.

직장의 회식에서부터 주부들의 계모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모임의
후속코스는 으레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을 찾는 일이다.

목청껏 노래를 불러야만 직성이 풀린다.

해외교포사회에서도 노래방은 없어서는 안될 오락공간이 돼있다.

일본 미국의 LA나 뉴욕은 물론이고 연변의 조선족, 중앙아시아 타슈켄트의
고려인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노래방은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평양청년회관에는 "화면 연주 음악실"이라는 영상노래방이 있는데 수백개의
방이 항상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한다.

91년 일본으로부터 부산에 처음 상륙한 노래방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94년에는 1만5천개로 폭증했고 매년 늘어나 지난해에는 3만5천여개를
기록했다.

중국 고대사서의 기록처럼 우리는 "가무를 즐기는 민족"임에 틀림없는
모양이다.

밉든 곱든 이제는 전국민이 즐기는 놀이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은 것이
노래방이다.

우리말에 "신명을 푼다" "신명을 낸다"는 말이 있다.

신령이 내려 신과같이 행동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축제의 난장판과 같은 상태에서 신명을 낸뒤 질서를 되찾아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결코 신나게 노는 것만이 신명나는 것은 아니다.

노래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도 아마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 노래방의 본고장인 일본에서는 지나치게 노래를 불러 성대에 물혹이
생기는 "성대 물혹"환자와 못이 박히는 "성대못"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한다.

"성대못"은 수술도 어렵다는 것이 의사들의 경고다.

요즘 IMF체제의 우울하고 답답한 터널을 지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노래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신바람나게 노래를 불러 신명을 푸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성대가
상할 정도로 무리해서는 안되겠다.

무엇이든 조금 모자라는 것이 좋은 것이지 과하면 탈이나게 마련 아닌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