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구조조정 야전사령관인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최근 일본 NHK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에 보낸 충고다.

일본 경제의 장래가 아시아 경제의 장래에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국내에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한 자신감이
배어있다.

사실 한국의 구조조정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은 물론이고 일반기업 공기업들도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여있다.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나마
파국적인 혼란없이 일정에 따라 착착 진행되고 있다.

금융구조조정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됐다.

은행 증권 종금 보험 리스 등 많은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의 칼을 맞고
쓰러졌다.

"금융기관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는 더이상 없다.

그렇다고 금융기관 퇴출 등 구조조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수시로 언급한다.

은행권 구조조정은 지난 6월29일 5개은행이 퇴출되면서 막이 올랐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에 못미치는 12개은행중 대동 동남
동화 경기 충청은행 등이 퇴출된 것.

나머지 7개은행은 조건부승인을 받아 경영진교체와 인원.조직 감축 등
대대적인 경영혁신에 나서고 있다.

이들중 상업 한일은행은 7월31일 합병을 선언했다.

두 은행엔 합병만이 살 길이었던 셈이다.

그런가하면 제일 서울은행은 조만간 국제입찰에 부쳐진다.

IMF와의 합의에 따라 두 은행은 늦어도 11월15일까지는 민영화된다.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합병 등 다른 방안이 추진된다.

BIS비율이 8%를 넘는 은행도 8월중 경영진단을 받아 부실여부를 다시
판정받게 된다.

이헌재 위원장은 "98년 6월말현재 기준으로 평가한 BIS비율이 8%를 밑도는
것으로 판명되면 경영정상화 계획서를 받는 등 적기 시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퇴출 합병 해외매각 등이 되풀이되면서 은행권은 초대형은행
중소기업전담은행 기업금융전문은행 등으로 전면 재편될 전망이다.

증권 보험 리스 등 비은행 금융기관은 대주주 책임하에 구조조정이
단행된다.

국제 BYC 태양 고려 등 4개 생명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우량 보험사에
넘기고 퇴출된다.

대한 한국보증보험등도 심각한 누적적자아래 구조조정이라는 바람앞에 놓인
촛불신세로 전락했다.

보험사의 업계재편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종금사는 30개사중 16개사가 이미 간판을 내렸다.

살아남은 종금사도 BIS비율을 맞추지 못하거나 유동성부족이 생기면 퇴출이
불가피하다.

부실 증권사에 대해선 9월중 경영개선조치가 내려진다.

신용금고도 10월중 대거 퇴출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농.축.임.인삼업협은 정부차원에서 합병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9월말까지 1차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체적으로 수십개 금융기관이 간판을 내릴 전망이다.

1차구조조정 이후에는 시장원리에 의해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금감위는 적기시정조치같은 "자동격발장치"를 본격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제시된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역시 미리 정해진 조치가 자동적으로
발동된다.

경영이 부실해지면 언제든지 자동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이와함께 이업종간 합병도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현대종금과 강원은행은 합병절차를 밟고 있다.

은행이 리스사를 흡수합병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신용카드와 할부금융이 합병하는 곳도 많다.

이렇게되면 금융권간 벽도 서서히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외 금융기관간 합작도 각종 금융산업틀을 바꾸는 촉매제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