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구조조정과정을 지켜보면 "낯선"용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이해하기 위해선 이들 용어의 정확한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주요 용어들을 알아본다.

<> 빅뱅(Big Bang) =우주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의 에너지대폭발을
의미하는 과학용어.

요즘들어선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산업간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두고 빅뱅으로 일컫는다.

국내에선 금융산업이 대폭 개편되고 구조조정이 강력히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 총체적으로 빅뱅이란 말을 쓴다.

따라서 은행합병도 빅뱅으로,금융기관 퇴출도 빅뱅으로 불린다.

<> 가교금융기관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기 위해 설립되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국내에선 가교종금사(한아름종금)가 만들어졌으며 가교리스사도 설립돼
부실리스사의 자산부채를 이전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가교금융기관을 두는 이유는 퇴출 금융기관이 취급했던 예금과 대출의
만기와 조건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가교금융기관은 퇴출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던 자산 부채 계약 등을
이전받아 만기가 될 때까지 영업한다.

신규 영업은 하지못하며 모든 지급상품의 계약이 만기가 되고 자산부채의
정리절차가 끝나면 바로 청산된다.

<> P&A(자산부채이전) =Purchase&Assumptions의 약자.

청산 M&A(인수합병) 등과 함께 부실금융기관 정리방식의 하나다.

지난 6월29일 5개 은행을 퇴출시킬 때 이 방식을 적용했다.

M&A와 다른 것은 고용승계의무가 없고 인수은행이 우량자산과 부채만을
떠안는다는 점이다.

또 정부가 개입하기 때문에 정리가 신속하며 고객예금보호 등 시장에 주는
충격이 적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적지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P&A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됐다.

지난 80년부터 10년간 미국에서 정리된 은행 등 금융기관 1천98개중 73%인
8백5개에 P&A가 적용됐다.

<> 모럴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자신이 해야할 최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위.

미국에서 보험가입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미국 생보사들은 보험 가입후 12개월 또는 24개월안에 자살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에따라 보험가입자들의 자살률은 가입후 13개월과 25개월이 되는 시점에서
피크에 달했다.

이후 법이나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거나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행동을
포괄하는 용어로 확대됐다.

<> 감자 =납입자본금을 줄이는 것.

현행 5천원인 주당 액면금액을 낮추거나 주식수를 줄이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주식수는 여러 주식을 하나로 합치는 주식병합이나 아예 일부 주식을
없애는 주식소각으로 줄이는 방법이 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을 때 결손부분을 주주 손실로 처리하는 과정이
감자라고 할 수 있다.

올해초 정부출자에 앞서 제일 서울은행이 감자를 실시했다.

공개매각을 추진중인 기아자동차, 합병을 추진중인 상업 한일은행도 감자를
계획하고 있다.

<> 배드뱅크 =부실채권을 전담해 처리하는 은행을 말한다.

기존은행 조직내에 둘수도 있고 별도 조직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부실채권을 배드뱅크에 모두 넘기면 우량한 자산만 가진 은행이 남는데
이를 굿뱅크(Good Bank)라 한다.

배드뱅크는 벌처펀드 등 해외투자자들에게 부실채권을 매각, 자금을
조달하게된다.

80년대말 금융위기를 겪었던 스웨덴의 노드방컨은 기존의 은행조직과 완전히
분리된 세쿠룸(Securum)을 만들어 부실채권을 처리했다.

우리 정부도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