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도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랐다.

이번 수술에선 적잖은 피를 흘리게 될 전망이다.

떼어낼 군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추진됐던 공기업 민영화가 식이요법이었다면 이번엔 외과수술이다.

메스는 두차례에 걸쳐 마련된 수술계획, 즉 1.2차 공기업 민영화 방안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지금 1백8개 공기업들이 모두 수술대위에 올라있다.

공기업 개혁의 지휘봉을 잡은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안대로 이행되는지 철저히 점검한다"는 방침을 강조해 왔다.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민간기업쪽 실업사태가 워낙 심각해 구조조정에
따른 공기업 노조들의 반발도 상당폭 약화된 상태다.

한 공기업 간부는 "이번엔 예전과 다른 것 같으니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고
직원들에게 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공기업 구조조정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다.

2차 민영화방안이 이달초 확정된데다 그 방안들 대부분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어서다.

지금 구조조정이 빠른 곳을 꼽자면 남해화학과 한국가스공사 정도다.

남해화학은 국내 비료시장 특수성을 감안, 3천억원을 받고 농협에 파는
쪽으로 최종결론을 냈다.

남해화학을 신호탄으로 앞으로 공기업 매각은 줄줄이 이어지게 된다.

가스공사는 감원대상 4백57명을 올해 정리한다는 민영화 방안에 따라
인력조정을 마무리 지었다.

본격적인 민영화는 빠르면 10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정부 보유지분 매각이라는 형태를 통해서이다.

정부는 포철의 경우 동일인 지분한도나 외국인투자한도를 보완, 10월부터
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중순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기 위해 최근 20여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서를 발송했다.

한전에 대해선 정부지분 5%를 11월까지 내다 판다는 계획이다.

부천 안양의 열병합발전소는 내년 8~9월께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중공업도 필요한 절차를 밟아 올해중에 매각 입찰공고를 내기로 일정을
잡았다.

이러면 당초 내년 하반기로 잡혔던 한중 입찰시기도 내년 상반기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들 공기업은 현재 매각주간사 선정이나 매각대상 자산재평가 등을
진행중이다.

공기업들 대부분은 지금 두차례에 걸쳐 발표된 민영화 방안을 자체일정으로
소화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완전 민영화 대상으로 잡힌 자회사를 어떻게 매각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매물이 많은 상황에서 가능한한 높은 값을 받고 팔라는 정부
입장을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단계적인 민영화, 또는 구조조정의 대상인 19개 공기업들은 인력조정을
위한 정지작업에 바쁘다.

이들은 전체의 20.1%인 2만8천8백13명을 2000년가지 감축해야 한다.

물론 2001년까지 감축시한을 연장할 수는 있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해마다
일정규모를 줄여야 한다.

이런 탓에 퇴직대상 규정을 다소 완화해 퇴직신청을 미리 받기도 한다.

일부 공기업들은 부처별 할당을 통한 정리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인력감축은 민영화방안중 가장 실천이 어려운 작업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물밑 작업이 진행중이다.

민영화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공기업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제2창업의 자세로 경영혁신을 이뤄내지 않고서는 격랑을 이겨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사장추천위원회 등을 통해 능력있는 경영자를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주무부처 장관과 최고 경영자가 경영계약을 체결하고 경영실적에 따라
재계약을 맺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능력을 발휘한 최고 경영자에겐 성과급 주식옵션 등 인센티브를 주되
경영부실때엔 강력히 책임을 묻도록 할 방침이다.

노조 호응을 얻으려 터무니없이 임금을 인상, 경영을 망치는 행위는
없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지금 공기업들은 인력 사업 조직에서 유례없는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