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23일 세르게이 키리옌코 총리를 전격 해임
하고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전총리를 다시 임명한 것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체르노미르딘 총리는 구소련의 관료출신으로 국영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의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한때 추바이스 전 제1부총리와 함께 옐친의 후계자로 주목을 받았으나
지난 3월 개각때 개혁파와 보수파의 갈등에 휘말려 전격 경질됐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다시 복귀한 것은 러시아 정치에서는 보기드문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체르노미르딘의 노선은 온건 보수파로 분류되며 러시아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산당으로부터도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체르노미르딘은 지난 3월 실각한 이후 오는 2000년의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데 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3월 35세의 젊은 나이로 입각한 키리옌코 총리는 전임자들과
달리 관료주의, 비효율적인 조세제도 등 러시아가 안고 있는 문제에 정공법
으로 접근, "개혁파 총리"의 면모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산당 등 보수세력으로부터의 거센 저항을 다루는데는
실패, 정치적 입지가 약화됐으며 결국 5개월의 단명에 그치게 됐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