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사태 이후 사무실 풍속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근무강도가 높아지는 등 직장 생활에서의 거품이 빠져 사무실 분위기가
예전보다 훨씬 빡빡해졌다.

우선 점심이나 회식문화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가능한한 지출을 줄이고 자급자족하려다 보니 80년대 이후 자취를 감춘
도시락문화까지 부활하는 추세다.

정보통신 업체인 N사 직원들은 올초부터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오전 업무를 마치면 소회의실에서 20여분에 걸쳐 간단히 식사를 하고 바로
오후 업무를 시작한다.

비용도 줄이고 업무 시간도 연장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신입사원 환영회도 성대했던 예전 분위기를 찾아 보기 힘들다.

점심 시간을 이용하거나 사무실에서 간소하게 치르는게 대부분이다.

컴퓨터 업체인 S사는 최근 업무시간 이후 맥주와 마른안주 몇가지를 놓고
사무실에서 신입사원 환영회를 가졌다.

신입사원 K씨는 "회식상은 단출했지만 선배들이 직접 차려준 것이라 더
정감이 갔다"고 한다.

조촐하나마 신입사원 환영식이라도 가질 수 있는 업체는 다행.

신규채용이 아예 동결되면서 말단 사원들이 "만년 졸병"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광고회사에 근무한지 5년째 되는 L씨의 경우 여직원이 최근 퇴사해 복사
전화받기 팩스보내기 자료 찾아오기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

L씨는 "하반기에도 신입사원 채용 계획이 없어 지금의 신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그나마 잘리지 않고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술자리가 줄면서 퇴근시간이 빨라지고 또 이를 활용해 공부하는 직장인이
많이 증가한 것도 변화상 중 하나.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중 85.1%가 술자리나 회식 빈도가
IMF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고 42.0%가 귀가시간이 빨라졌다고 응답했다.

또 상당수 기업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유무급 휴가를 실시하면서 이를
어학연수 등 자기 계발의 기회로 활용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직장내 경쟁분위기가 정착되면서 근무시간에 충실하고 고객 서비스도
향상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을 30%가량 줄였기 때문에 일이 크게
늘어났지만 종업원의 미소는 오히려 되살아나고 있다"며 "고객들의 불만사례
접수 건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야 IMF시대를 살아 갈 수 있는지를 직장인들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는 얘기다.

< 윤성민 기자 sm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