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사들이기"라는 소설이 있다.

"1964년 겨울" "무진기행"으로 유명한 작가 김승옥의 단편이다.

주인공은 헌책방에서 필요한 책을 찾아 주인 몰래 몇장을 찢어낸다.

그리곤 나중에 들러 없어진 부분을 핑계로 싸게 산다.

궁핍하던 시절의 한 단면이거니와 지금도 서점은 어떤 공간과도 다른
분위기를 지닌다.

인터넷판매가 늘어난다고 해도 서가에 가득 꽂힌 책을 바라보거나 이책
저책을 뒤적일 때의 뿌듯함은 서점에서가 아니면 누리기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서점은 5천1백70개로 96년보다 3.8%나 줄었다.

올해는 더욱 심각해 전국에서 문닫는 서점이 속출하고 있다.

매장안에 독서테이블을 설치하는 등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신도시 서점들은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서점이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첫째 이유는 출판불황 때문이다.

대형출판사와 도매상 부도로 애써 지켜온 정가제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도
서점의 목을 죄고 있다.

저녁이면 전국서점에서 그날의 판매량과 재고가 집계되는 일본과 달리
낙후된 유통구조와 서점운영도 중요요인으로 지적된다.

서점은 출판산업 진흥은 물론 국민독서 진작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

신간중 상당수가 진열도 못돼 보고 반품된다는 얘기는 안타깝다 못해
서글프다.

우리나라 출판시장 규모는 2조6천6백30억원에 이른다.

범국민적인 독서운동과 획기적인 정책지원이 없이는 서점 폐업은 계속 늘
것 같다.

우리나라 성인 10명중 2명이 1년에 한권의 책도 안읽는다는 통계는
우울하다.

서점을 살리는 일은 국민의 문화와 지식수준을 높이는 일과 직결된다.

백화점에 서점이 적은 것은 백화점 매장수수료가 18~20%인데 책방의 평균
마진은 15%밖에 안돼서란다.

그래서 백화점은 물론 일반건물이 서점에 임대할 경우 임대소득세를 면제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서점 활성화의 가장 큰 책무는 서점에 있다.

주먹구구식 운영에서 벗어나 지역별 특성을 파악하고 고객정보를 체계화
해야 한다.

책읽는 사람만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확산에 힘써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