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2백년이 넘는 역사속에서 두번의 치명적 위기를 맞았다.

경제학의 첫번째 위기는 30년대 발생한 대공황.

당대를 풍미하던 고전학파 경제학은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
(세이의 법칙)고 믿었다.

시장에 공급과잉이 존재하면 "보이지 않는 손"(시장의 자동조절 기능)이
가격을 끌어 내려 다시 수요를 만들어 낸다고 봤던 것이다.

따라서 생산물시장에서 과잉생산은 생길 수 없었다.

그러나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신봉해 왔던 "보이지 않는 손"은 대공황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70년대들어 경제학은 또한번 위기를 겪었다.

케인시언들은 60년대까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은 반비례한다고 믿었다.

예컨대 정부가 물가상승을 감수하고 돈을 풀어 총수요를 늘리면 경기가
다시 살아나 실업이 줄어든다는게 케인스 학파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높은 물가상승률이 유지되는 가운데 확대 경제정책을 써도 실업률은
오히려 늘어나는 기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같은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은 케인스경제학의 총수요 이론을
밑바닥부터 흔들어 놓았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로빈슨 여사는 이를 "경제학 제2의 위기"로 표현했다.

최근 아시아 금융위기 앞에서도 첨단 경제학은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학 제3의 위기라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