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보건원이 연구비가 한푼도 없는 자체 연구센터 건립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보건원은 24일 날로 늘어나는 치매 등 뇌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해 "뇌의약학연구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기념심포지엄도 연다는 자료와 함께.

보건원이 확정한 연구과제는 신경계형성, 신경재생, 기질성뇌질환 등 7개
분야.

연구인력은 서울의대 교수 등 대학교수와 민간연구소 연구원, 자체 연구진
을 포함 1백6명에 달한다.

기대효과는 뇌의약학 연구역량 결집으로 국내 연구수준을 미국 일본수준
으로 향상시켜 국가경쟁력 확보에 기여한다는 것.

계획상으로는 거창하게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없다.

보건원은 설립절차 지연등으로 지난해 예산당국에 관련 예산을 신청조차
못했다.

"실탄"이 없는만큼 당장 연구에 착수할수도 없다.

물론 7개 연구분야의 연구계획및 목표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런데도 조 원장은 각계에 배포한 "초대의 글"에서 "뇌의약학연구센터가
명실상부한 뇌의약학연구의 구심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개소식및 설립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여기저기서 비판의 소리가 들리자 보건원은 부랴부랴 7개 연구팀 과제중
신경재생 등 2개 분야에 한해 2억원 안팎의 연구비를 복지부에 뒤늦게 신청
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간연구기관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연구비 확보는 지극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아무런 사전대책없이 간판만 달랑 세운 보건원의 자세는 아직도 일부
공무원이 개혁무풍지대에 있음을 웅변한다.

최승욱 < 사회1부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