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납부가 어려워진 아파트분양 당첨자가 등기전에 분양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아파트분양권 전매가 오늘부터 시행된다. 분양권 전매가 관심을
모았던 까닭은 비록 부동산경기 부양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가장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수법의 하나인 미등기전매까지 합법화시켜야 하느냐는 심리적인
거부감이 컸던데다 시중금리가 하향안정되고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는한
분양권전매를 허용한다고 부동산경기가 과연 얼마나 살아날지 의심됐기
때문이다.

이때문인지 지난 13일 차관회의에서 통과된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개정안
에는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는 자격조건이 꽤 까다롭게 규정돼있다. 하지만
분양권전매를 허용함으로써 아파트당첨자의 선택폭을 넓혀주는 동시에
금전적인 손실을 최소화하고, 아울러 아파트 분양계약의 중도금미납 때문에
심화된 주택건설업체의 자금난을 덜어주자는 원래의 정책취지를 살리자면
분양권 전매조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우선 중도금납부가 어렵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하거나 채무상환을 위해
분양권 전매가 필요하다는 입증자료를 지자체장이나 주택공사에 제출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투기억제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지자체장이 어떤 방법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신청자들의 자격을 심사할지
모르지만 제대로 심사하자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공정성시비가 생길
염려가 있다. 그렇지않고 만일 자격심사가 요식행위에 그친다면 쓸데 없이
절차만 번거롭게 하는 또다른 탁상행정의 예가 될 뿐이다.

또한 수도권의 경우 2회이상 중도금을 낸 사람만 대상이 될수 있다는
제한도 불필요한 규제라고 본다. 이 제한규정을 둔 배경은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파트분양이 잘되는 수도권의 경우 분양권 전매허용을 빌미로
당첨자들이 중도금 내는 것을 더 늦춰 IMF체제 이후 아파트 분양시장을
얼어붙게 한 직접 원인인 중도금미납 문제가 오히려 더 악화되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미 분양권 전매자격을 중도금납부가 어렵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하거나, 채무상환이 급한 사람으로 제한한 마당에 수도권지역에 한해
중도금을 2회이상 낸 사람으로 또다시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게 주택건설업계
의 자금난악화를 걱정한 불필요한 규제일 뿐이다. 만일 정말로 분양권전매가
중도금납입 부진을 악화시킬까 걱정된다면 차라리 예전대로 분양권전매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이다.

이밖에 분양권 전매에 따른 양도소득세 과세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다는 규정도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양도차익이 있어도 실거래가를
정확히 확인할 길이 없으며 양도차익이 없다면 과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도소득세 과세는 취득세나 등록세와 마찬가지로 분양가를 기준으로
과세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