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의 지루한 파업사태를 끝낸 현대자동차노사가 25일부터 기계를
돌리기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장곳곳에는 아직 분규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다시 일한다는 기쁨으로
종업원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공장부근에 배치됐던 경찰병력도 모두 철수, 평화로운 모습을 되찾았다.


<>.근로자들은 이날 공장내부를 청소하는 등 조업재개를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

일부관리자들은 타결소식이 전해지자 아침일찍 회사에 출근, 생산현장을
둘러보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농성에 참여했던 근로자들도 텐트안에 있던 냉장고 TV 가스레인지 등
살림살이를 집으로 옮기는 등 조업준비에 나섰다.

승용3공장 앞을 청소하던 최모씨(28)는 "그동안 농성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쳤으나 당장이라도 일하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1공장 몇몇 사무실의 컴퓨터가 파손되기도 했지만 생산설비는 큰문제가
없어 가동 즉시 파업전의 수준을 유지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김판곤 전무는 "그동안 입은 피해를 회복하려면 하루빨리 정상조업에
들어가야 한다"며 "노사가 생산성향상에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한 만큼
정상조업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지금까지 10만4백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9천56억원의 손해를
보았지만 비온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다시일손을 잡는다는 의욕에 차있다.


<>.협력업체들도 현대자동차사태 타결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동차 시트커버를 생산하는 세찬산업은 지난달 20일부터 휴무중인 종업원
1백50명에게 이날 즉각 복귀를 통보했다.

이회사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엎치락뒤치락할때는 초조했다"며 "이제
살길이 열리는 모양"이라고 밝혔다.

협력업체 모임인 협동회 이상일회장은 현대자동차노사가 정상조업을 위해
함께 손을 잡은 만큼 모든 협력업체도 힘을 합쳐 생산성향상에 나설것이라고
다짐했다.

현대자동차 인근 식당주인 김명옥(38)씨는 그동안 무장경찰과 쇠파이프를 든
농성자들 때문에 밑지는 상사를 하고 생활에도 큰 지장을 받았다며 이번이
마지막 노사분규가 되기를 희망했다.


<>.조합원들은 "정리해고가 완전철회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많은
동료들이 정리해고로 직장을 떠나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조합원들은 "노조집행부가 결국 우리를 실직의 길로 내몰았다"면서
흥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기자회견후 자취를 감춘 김광식 노조위원장에게 "경과를 직접
들어야겠다"면서 노조사무실로 몰려갔으나 김위원장이 보이지 않자 깃발과
서류 등을 불태우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해 파업의 상처가 쉽사리 아물지 않을
것임을 느끼게 했다.

관리직 사원들은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는 조합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정리해고 대상자선정방법도 큰 부담으로 남아있다"면서 고충을
토로하기도했다.

< 울산=김태현 기자 hyun11@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