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믹스"는 과연 러시아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세계 금융시장이 숨죽인채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신임 러시아 총리의
정책 구상을 주시하고 있다.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새로운 경제정책의 수립"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체르노미르딘 총리는 24일 크렘린궁 대변인을 통해 이같이 발표하고
당초 24일로 예정됐던 4백억달러의 국채 구조조정 방안 발표를 재차
연기했다.

또 긴축 패키지 법안에 대해서도 "그간의 정책을 재검토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국가두마(하원)에 법안 심의를 보류해주도록 요청했다.

이는 그의 정책노선이 전임자와는 차별화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체르노미르딘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국제금융계에서는 떨떠름한
반응이다.

이날 국제금융시장에서 러시아가 발행한 유러본드 가격은 지난 주말에
비해 최고 20% 가까이 폭락했다.

시장이 이처럼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무엇보다도 체르노미르딘이야
말로 러시아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러시아가 지금 겪고 있는 경제위기는 체르노미르딘이
총리를 지냈던 지난 92-98년중 개혁이 지지부진했던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체르노미르딘의 복귀에 대해 "이제 충격 초기 단계는 끝났고
본격적인 충격이 시작됐다"(MFK르네상스그룹 분석가 롤란드 내시)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 금융계가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러시아의 국채 구조조정방안
이다.

이와관련 현지 소식통들은 세가지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존 채무를 표면금리 6%의 5년짜리 달러화 표시 채권으로 전환하거나
표면금리 50% 이상의 3년짜리 루블화 표시 채권으로 바꾸는 방안, 그리고
투자자들이 기존 공채를 그대로 보유했다가 2년 후 달러 표시 전환 사채로
바꾸는 방안등이 제시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방안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외국 채권기관들과 러시아
채권은행들 사이에 상당한 차별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대해 세르게이 키리엔코 전 총리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상실할 것"이라고
후임자인 체르노미르딘에게 충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체르노미르딘 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러 입장표명을 않고
있어 국제 금융기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