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이 한국은행에 통화공급확대와 금리인하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정부내에서 경기에대한 인식차이가 아직도 두드러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세례다. 우리는 이미 여러차례 통화공급을 늘리고
금융권내에서만 오고가는 자금흐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이제 더이상 머뭇거려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남을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또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시점에서 통화공급을 늘리는 것은 부실기업퇴출등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꼴이 된다는 주장은 의견상 논리적일지 모르나 현실적으로 타당한 인식이
아니다. 거의 10개월째 계속되고있는 돈흐름의 난기류로 이제 퇴출돼야할
한계기업 뿐 아니라 건실하던 기업들도 도산의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글자그대로 산업기반의 금리가 빚어지게될
것이 너무도 분명한 국면이다.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은 분명히 상층되는 목표지만, 둘을 동시에
추구해야한다. 1.4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3.9%, 올해 성장율이 마이너스
7.4%선에 달할 것이라는 민간연구소들의 경제전망은 우리에게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음을 말해주는 숫자다.

또 상층되는 두가지 목표의 추구가 반드시 불가능한 것도 절대로 아니다.
성장과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한 마리도 못잡는다는 70,80년대에도
되풀이됐던 주장들은 경제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조화와 균형이란
점을 간과한 논리를 위한 논리일 뿐이다.

정부가 밝힌대로 수출.중소기업지원중심으로 돈을 풀면서 구조조정도
얼마든지 해나갈 수 있다.

몇달째 돈이 금융권내부에서만 돌고 있는 것은 한은RP(환매조건부채권)
금리가 너무 높은데도 원인이 있다. 14일물이 9%대, 거액RP 91일물이면
11%를 웃도는 금리수준이라면 지금같은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대신
이쪽에서 자금을 운용하려고 나설 소지가 충분하다. 잇달아 발생하는
기업부도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제조에 혈안이 돼야하는
대내외적 금융여건등을 감안하면 그렇다.

IMF사태이후 지나치게 보수적인 성향으로 굳어진 금융기관들에게
대출취급을 기피할 수 없도록 하려면 편하고 안전한 RP금리를 대폭
내려야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주장은 바로 그런 점에서 타당하다.

IMF와 합의한 본원통화(화폐발행액과 지준예치액)한도를 훨씬 밑도는
통화공급도 시정해야한 것은 물론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일본과 비슷한
디플레측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통화가치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중앙은행의 보수성은 결코 탓할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좀더 진취적인 신축적인 대응이
긴요하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