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화공급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본원통화(한국은행이 시중에 공급하는 화폐) 공급한도내에서 최고
6조8천억원까지 통화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물가가 하락하고 경기침체가 심해지는 디플레현상이 나타날 가능성
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디플레는 소비위축->물가하락->기업수지악화->기업도산->실업증가및
임금감소->소비위축->물가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불황이 심해지는
현상.

경제가 쪼그라들면서 나타나는 심각한 불황이다.

우리 경제에서 소비자물가가 일시적으로 낮아진 적은 있지만 연간으로
하락한 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같은 디플레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게 정부의 우려다.

정부가 인플레(물가상승)가 아니라 디플레를 걱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디플레를 막기 위해 통화를 충분히 공급한다는 원칙은 세웠지만
얼마를 어떤 금리로 공급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통화량자체를 목표로 삼는게 아니라 물가하락을 막을수 있는 수준까지
최대한 자금을 푼다는 계획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대략 회사채금리가 8% 수준, 달러당 원화환율이
1천3백50원이 되면 내년도 소비자 물가가 0.7%의 상승을 보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회사채금리가 이보다 높거나 환율이 낮으면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바꿔 얘기하면 연 12% 수준에 있는 회사채금리가 약 4%포인트가량 떨어질수
있도록 통화를 충분히 공급해야 물가가 하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회사채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환매채(RP) 입찰금리 등을
낮춰야 한다.

KDI는 RP입찰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보고 우선 RP입찰금리의 균형점을
찾은뒤 이보다 1-2%포인트 더 낮게 RP를 매각할 것을 권고했다.

그 정도로 RP금리가 낮아지면 은행들이 어떤 수를 쓰든지 자금을 시중에
풀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현재 9% 수준에 있는 입찰금리가 6-7% 정도로 낮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가 IMF와 합의한 본원통화공급목표는 9월말 25조4천3백억원,
12월말 25조6천4백억원.

그러나 현재 본원통화공급수준은 18조6천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6조8천억원가량 더 풀수 있는 여지가 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