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을 둘러싸고 치열한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26일에는 실력행사도 나타났다.

합병추진위원회(서울중구 해운센터빌딩 10층)에서 합병실무를 맡고 있던
한일은행 직원 45명은 이날 오전9시30분께 전격적으로 철수했다.

노조원 10여명이 찾아와 철수를 종용했기 때문이다.

합병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인 이덕훈 KDI(한국개발연구원) 박사가 역정을
내며 말렸지만 실무진과 노조원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노조를 비롯한 한일은행 직원들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온데는 25일 상업은행
의 증권거래소 공시가 발단이 됐다.

상업은행은 합병결의 공시를 하면서 "당행이 한일은행을 흡수합병하는 것"
이란 표현을 썼다.

이는 가뜩이나 인원감축 문제로 펄펄 끊어 있던 한일은행 직원들을 자극
하기에 충분했다.

한일은행 직원들은 "대등합병이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흡수합병 운운은
말도 안된다"고 흥분했다.

이에대해 상업은행은 "법률적으로 합병은 신설합병 아니면 흡수합병밖에
없다"며 "절차적인 문제여서 어쩔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한일은행측의 항의가 수그러들지 않자 상업은행은 "대등한 입장에서
합병하되 절차의 편의상 상업은행은 존속한다"는 내용으로 공시를 정정했다.

그럼에도 한번 뒤틀린 한일은행 직원들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았다.

결국 26일의 "철수" 사태까지 빚어진 것.

한일은행 합병실무진들은 경영진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날 오후 복귀하긴
했지만 두 은행간의 앙금은 쉽게 풀리지 않을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싸우기 시작하면 서울+신탁은행처럼 합병후가
더 큰 문제"라며 "서로 양보하는 정신이 아쉽다"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