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시장이 연간외형 3조원을 눈앞에 두고 주저앉고 있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생산실적은 2조7천억원.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인 88년에 비해 4배이상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8.1%.

경제성장률을 월등히 웃돌았다.

특히 92년이후 3년동안은 20%대의 고성장을 지속했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성장률이 2.5%로 급락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화장품 생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4분기까지만 해도 화장품업체들은 "괜찮다"고 했다.

불황때도 여자들은 화장을 하기 때문에 시장이 크게 위축되진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2.4분기부터 경제위기의 여파가 화장품시장에도 파급됐다.

특히 비수기인 여름 시장이 급속히 위축돼 위기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외국산 화장품 수입은 지난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10년동안 수직으로 치솟던 수입 그래프는 처음으로 밑을 향했다.

그동안 우리 소비자들은 외제 화장품이면 품질과 효능을 묻지 않고 좋아
했다.

이 바람에 88년 3백90만달러에 그쳤던 화장품 수입은 96년엔 70배가 넘는
2억8천4백10만달러로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75%에 달했다.

경제위기가 시작된 지난해에야 "외제 허영심"에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셈이다.

최근 수년간 화장품산업의 성장을 주도해온 부문은 기초화장품이다.

전통제품인 스킨이나 로션이 많이 팔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주름을 없애 주고 얼굴을 희게 해주는 이른바 기능성화장품이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메이크업 제품의 성장세는 90년대들어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

지금 화장품시장에서는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화장품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들이 불황을 견디지 못해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반면 외국업체들의 공세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올들어 시세이도 시슬러 겔랑 니베아 등이 독자적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생활용품업체인 P&G나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로레알은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