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안산선의 안산터널에 대형사고 위험이 있다는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관련기관들이 근본대책 마련을 소홀히 한채 2년간 "네탓 공방"만
벌여왔다는 것은 고질적인 안전불감증과 책임떠넘기기 관료행정의 한 표본을
보여준다.

대형사고가 터질 때 마다 시민들은 당국이나 시공업자들로부터
"안전시공"과 "철저한 보수"라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 그러나 벽과
천장의 거미줄같은 균열을 접착제로 땜질처방한 누더기 안산터널의 모습을
보면서 그같은 다짐이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문제의 안산터널은 하루 5만명이 이용하는 전철전용 터널로서 첫
위험경보가 켜진 것은 96년 8월이었다. 터널입구 및 측벽부에 구조적으로
발생한 균열 등으로 열차 안전운행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감리전문회사의 진단이 그것이었다.

그런데도 2년동안 형식적 땜질식 보수공사가 한차례 있었을 뿐,
터널부실화의 책임과 보수비용부담을 놓고 철도청 산하의 서울지방철도청 및
철도건설본부와 시공사인 동아건설은 말싸움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분노마저 느끼게 한다. 위험징후가 있으면 즉각 시민에게 알리고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마련해야지 공문이나 주고 받고 땜질만 한다고 될일인가.
만약 그동안 무슨 사고라도 있었다면 어찌했을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당장 철저한 안전진단과 더불어 근본적인 보강공사를 해야 한다. 문제가
커지자 철도청은 곧 보강공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87년
공사도중 붕괴사고가 발생했고 설계변경에 부실공사의 의혹마저 짙은
이 터널의 보강공사를 또한번 땜질식 처방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 필요하다면 전철운행을 일시 중단시키는 일이 있더라도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보강공사비용을 놓고도 말이 많지만 법적인 하자보수기간이 지났다고 하여
시공업체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밀진단 결과 원천적인 부실공사
였다면 시공회사에 피해보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위험을 알고도 지금까지 방치하게 된 경위를 정확히 조사해
해당자를 엄중문책하는 일도 책임행정의 구현을 위해 중요하다. 기회만
있으면 부실을 일삼는 건설회사의 생리도 문제지만 감리 감독이 철저히
이루어졌다면 이같은 결함이 생길리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이때 부실시공이나
안전불감증이 원인이 되어 어처구니 없는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특히 전철 터널공사는 다른 어느 공사보다도
설계단계에서부터 조그만 부실도 있어서는 안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다른 대중교통관련 시설물에도 위험요소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 손을 써야 할 곳은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위험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