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들이 작년말기준 13개 우량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마치고 최종
보고서작성에 돌입했다.

당초엔 8~9개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마지노선(8%)을
밑돌았다.

그러나 이중 상당수 은행이 회계법인을 끈질지게 설득해 사지를 탈출하는데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오는 31일까지 진단보고서를 제출받아 부실화가 우려되는
은행에 대해선 자구노력을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13개 은행중에도 더이상 "우량" 딱지를 달 수 없는 곳이 생긴다는
뜻이다.

회계법인들은 종전까진 정상여신으로 보았던 1~3개월 연체대출을 요주의로
다시 분류하는 등 은행감독원기준보다 훨씬 강화된 수정평가기준과 이보다
더 엄격한 경영진단(국제)기준을 각각 적용했다.

<> 경영진단 결과 =주택 전북 하나은행 등 3개 은행은 가장 까다로운
경영진단기준으로 8%이상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금감위나 회계법인도 3개 은행의 BIS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인정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경영진단기준을 적용할 때 BIS비율이 마이너스로 나온
은행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은행은 위험가중치가 일반대출의 50%인 주택담보대출비중이 다른
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 BIS비율 산정에서 유리했다.

파생상품손실 3억달러중 5천만달러에 대해서만 고정이하로 분류, 충당금을
쌓은 것도 도움이 됐다.

전북은행은 부실이 대부분 드러난 상태인데다 유가증권 투자를 극도로
자제한 덕을 봤다.

국제금융공사(IFC)가 출자한 하나은행은 "부실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
라고 자평했다.

은행감독원 수정기준으로는 3개은행외에 국민 장기신용 신한 한미 광주 등
5개은행이 8%를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중 지난 6월 증자에 성공한 광주은행을 빼고는 4개 은행이 모두 "턱걸이"
수준인 8~9%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은행들은 최종적인 조정가능성에 미련을 두고 있지만 현시점에선
8%에 미달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보람은행은 자본금이 적어 8%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제주은행은 다른 처지에 있다.

이미 경영정상회계획을 제출하고 이를 평가받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성인 행장은 지난 25일 경영평가위원회에서 "최종진술"을 했다.

<> 예상되는 파장 =이번 경영진단으로 은행권은 기존 우량은행, 조건부승인
은행 등 2분 구도에서 <>경영진단기준 우량은행 <>은감원 수정평가기준
우량은행 <>은감원 수정평가기준 BIS 8%를 밑돈 부실화가능은행 <>조건부승인
은행 등 4분 구도로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다만 금감위가 이번 경영진단결과를 "참고"하겠다고 밝혀 "법적 조치"로는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금감위는 진단결과를 공표할 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문제점은 없나 =13개 은행은 대부분 이번 진단기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 실정과 너무 맞지 않는다는게 골자다.

5대재벌 계열사에 대한 여신까지 고정이하로 분류한다거나 자회사에 대해
은행평가기준을 적용한 예가 대표적이다.

회계법인 사이에도 분류기준이 제각각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같은 기업에 대한 여신인데도 회계법인에 따라 고정과 정상을 오간 예가
많았다는 것이다.

또 국가별신용도를 외국신용평가기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것은 무리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관계자는 "국제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진단을 받은 것 같다"
며 "진단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