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다른 할인점에 주는 것보다 10% 싸게 납품하라고 하니 세상에
이런 어거지 상거래가 어디 있습니까.

이건 가격경쟁이 아니고 납품업체 쥐어짜기 입니다"(H납품업체 관계자)

"경쟁 할인점에 상품을 넣으면 거래를 끊겠다는 협박까지 받고 있습니다"
(P납품업체 관계자).

최근 할인점간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본사에 걸려온 항의성
전화제보 내용들이다.

대부분 납품업자들인 이들은 일부 할인점의 요구가 횡포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전화에 대고 울화통을 터뜨리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수원시 정자동에 사는 주부 H씨(39)는 "광고전단에 싸게 파는 가전제품이
있어 아침 일찍 매장으로 달려갔지만 물건을 구경도 못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하지만 해당 할인점은 "납품업체가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발뺌했다.

미국계 월마트가 불을 지른 할인점간의 가격인하경쟁이 정상을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일부 할인점들이 "미끼상품"을 동원하고 허위광고까지 일삼자 이를
보다못한 공정거래위원회도 마침내 27일 칼을 뽑았다.

납품업체에 대한 횡포와 소비자 기만 부분을 엄정 조사키로 한 것이다.

좋은 물건을 값싸게 파는 것은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할인점들의 가격경쟁은 어디까지나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눈가림식의 저가판매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자초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IMF한파에도 아랑곳없이 잘 나가고 있는 업체들답게 할인점들은
알뜰쇼핑의 진정한 즐거움을 소비자들에 안겨줘야 할 것이다.

김상철 <유통부 기자 cheol@>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