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격변의 소용돌이로 말려들고 있다.

그동안은 개도국들만이 집중적인 타격을 받았으나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으로까지 위기 파장이 밀려들고 있다.

주변부를 맴돌던 지진대가 점차 중심부로 접근하고 있는 양상이다.

또 선진국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개도국들은 국제채권시장에서 아예
축출당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28일 일본 주가가 3.5% 급락하면서 지난 86년3월 이후 12년5개월만에
처음으로 1만3천엔대로 주저앉았다.

앞서 27일 미국 뉴욕증시는 사상 세번째 낙폭인 4.19%하락을 기록했고
런던 프랑크푸르트 파리 등의 주가는 28일까지 연 4일째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남미와 아시아의 개도국들뿐 아니라 선진국들도 예외없이 "공황"의 대열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특히 아시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의 장기 활황에 힘입어 그동안
초강세를 보여왔던 달러의 기세가 흔들리는 등 국제환율 체계에도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2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시세는 한때 달러당 1백40.55엔까지 급등했다
가 투기세력이 몰려들어 1백44.25엔까지 다시 떨어지는 등 혼란상이 노정
됐다.

불과 1시간사이에 3엔이상 요동을 친 것이다.

이날 엔시세는 무디스가 일본금융기관 신용등급을 다시 내리면서 달러당
1백43.32엔에서 마감됐다.

일본경제 자체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세계적인 금융불안이 자금흐름을
흔들어놓으면서 환율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들고있다.

당초 러시아 사태로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됐던 독일 마르크화는 강세를
보였다.

프랑스 프랑, 스위스 프랑 등도 강세다.

주식시장이 함몰하는 반면 선진국 채권시장이 초강세로 돌아선 점도 새로운
현상이다.

러시아 사태가 개도국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환기시키면서 뮤추얼펀드 등의
유휴자금이 미국국채(TB)와 일본 국채를 사기위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이로인해 미국국채(30년물)와 일본국채(10년물)의 수익률은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선진국 국채들이 초강세를 기록한다는 것은 개도국 채권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개도국에 대한 투자자금이 선진국 채권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 채권값은 폭락(가산금리는 급등)세다.

거래시세가 발행가격에 비해 러시아 채권은 18%, 브라질 채권은 50.7%,
아르헨티나는 53%로 떨어졌다.

JP모건이 집계하는 개도국 채권의 평균 스프레드(가산금리)는 연15.56%에
달했다.

여기에 TB금리를 합치면 전체 조달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서게
된다.

이는 국제시장에서 개도국들의 자금조달이 아예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이 획기적인 내수부양과 금융개혁안을
내놓는 등 확실한 변화가 없는한 당분간은 이런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