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물론 세계각국에서 디플레조짐이 나타나면서 기업들이 장기불황에
대비한 리스크(Risk)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앞으로 디플레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으로 보고 이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경영전략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기업들은 세계경제가 수요급감으로 인한 장기불황에 빠질 경우 가격에만
의존해서는 기업을 꾸려갈 수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품질 디자인및 마케팅 등 비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기업역량을
모으고 있다.

대기업들은 당분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신규투자를 전면 중단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환란이후 자산매각 및 증자 등을 통해 디플레 헷지경영을 해온 삼성은
계열사별로 외자유치 등을 서둘러 기업체질을 강화할 방침이다.

인력감축 등 내부 경영혁신도 강도높게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외자유치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 협상을 최대한 빨리
매듭짓기로 했다.

올 상반기중 자산매각 증자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한 삼성물산의
경우 유통및 건설부문에서 외자를 도입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세계경제가 디플레에 진입할 경우 전반적인 수출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전략대상지역의 수출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계열사별로 외부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유동성확보에 경영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하고 있다.

(주)대우는 이미 각 사업부문별 실무자로 구성된 비상대책반을 구성했다.

이 회사 김재용이사는 "세계적으로 디플레가 확산될 경우 해외사업및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대우는 또 세계적인 디플레현상이 그룹차원에서 적극 추진해온 세계경영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에 돌입하는 등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GM과 벌이고 있는 외자도입협상의 고삐를 당길 계획이다.

LG상사 SK상사 등은 대내외 영업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보고 금리, 환리스크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추가로 양성키로 했다.

이들 기업들은 디플레가 급진전 될 경우 국내외에서 연쇄적인 기업도산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당분간 수익중심의 보수적인 영업활동을 펼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포철도 세계디플레가 몰고올 철강수요변화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으며 국제
철강가격하락에 따른 시나리오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다.

포철은 국내외 시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에 대비해 장단기 종합대책을 세우기
위한 위기관리팀을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 연구위원은 "디플레확산에 대비해 경영자들은
리스크를 매니지먼트할 수 있는 조직을 하루 빨리 갖춰야 하고 정부는 기업의
환위험을 덜어줄 수 있도록 환위험보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