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상황이 극도의 혼란으로 치닫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지원에 앞서
러시아의 자체적인 개혁부터 요구하고 있다.

"선개혁 후지원"이라는 태도다.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미국은 러시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및 선진 7개국(G7)과도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지원방안이나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헬무트 콜 독일 총리도 "러시아가 개혁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독일은 물론
국제 금융기관들로부터 돈을 빌릴 생각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프랑스 재무장관 역시 러시아에 대한 국제지원은
러시아의 철저한 개혁 이행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한 만큼 국제적인 금융지원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서방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앤더스 아슬런드
워싱턴 소재 카네기연구소 러시아 전문분석가)는 것이다.

결국 러시아 정부가 먼저 정치안정을 통해 경제위기를 수습할 만한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일부에선 러시아가 지금 상황에서 국가부도를 피하기 위해서는 국내외를
막론한 채무전체에 대한 상환을 연기하는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클리포드 개디는 "러시아는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나 밀린 임금등을 도저히 감당할 능력이 없다"며
당장이라도 채무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클럽 런던클럽 등 국제 채권단도 결국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채무상환 연기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