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시장이 먼저냐, 미국 물가가 우선이냐"

미국 금리인하가 세계경제 위기의 돌파구로 제시되자 인하시기와 폭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금융시장의 혼란을 진정시키는게 급선무라는 측은 인하시기를 앞당기고
인하폭도 커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물가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쪽은 인하시기를 늦추고 인하폭도 제한적
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무츄얼펀드인 UIGF의 투자매니저 토머스 멘젤은 내달안에 연준리
(FRB)가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늦어도 FRB의 다음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다음달 29일에는
금리인하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DKB증권의 통화전문가 필립 브레이버먼은 FOMC회의 때까지 기다릴 것 없이
그 전에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직권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세계금융시장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기하면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금리인하폭도 최소한 0.5%포인트는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금융시장이 극도로 혼란하기 때문에 소폭인하는 별 효과가 없기 때문에
현재 5.5%인 연방기금금리를 5%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메릴린치증권의 브루스 스타인버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 연말이나
내년초쯤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는 미국 물가가 불안해지면서 사태를 더 악화시킬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실업률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 한 조기 금리인하는 위험하다는 주장
이다.

인하폭도 0.25%포인트이면 족하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금리인하 시기와 폭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FRB도 금리
인하를 검토중에 있음을 밝혔다.

윌리엄 풀리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연준리(FRB)가 종래의
금리인상쪽에서 금리인하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다고 확인했다.

미 정부도 금리를 내리면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 엔화가 안정되고 결국
에는 아시아및 제 3세계 통화가치도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남은 것은 FRB의 결단이다.

세계금융시장을 우선하면 금리인하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고 미국의 물가
불안을 앞세우면 인하시기가 3-4개월 후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31일자 ).